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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클리닉에 처음 간 날...


BY 그림일기 2002-01-23

그 곳 문에 들어서기까지 꽤 오랜 시간의 고민이 있었다. 무엇이든 세상일이 다 어렵지만,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결혼한 지 2년.
연애한 지 5년만의 결혼.
금방 지나간 것 같은데 벌써 7년이다.

의사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웃는다. 그러고 덧붙인다. 너무들 한다구. 요즘 사람들은 왜 이러느냐고... 다소 답답하다는 어투였다.
의사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직업인들은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반복되는 말들, 반복되는 일상들. 그들 또한 지겨울 것이다.

남편에게 병원에 가 볼 생각이라고 말했더니, 가고 싶으면 가라고 한다. 마치 자신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타인에게 잘못을 전가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내가 먼저 움직이기로 했다. 내 자손심을 회복하기 위해서, 자신감을 갖기 위한 노력이었다.

일 년 동안 성 관계를 갖지 않았다는 사실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닐 듯 싶다. 요즘에는 워낙 많이 일어나는 일이니.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그것을 문제삼는 나를 유난떤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러나 그냥 방치하고 싶지 않았다. 정서적인 교감은 육체적인 교감과 뗄 수 없다고 믿고 있었으므로. 그리고 그와 헤어지고 싶지 않은데 그를 미워하게 될까 봐 두려웠으므로.

병원에 다녀와서 약간의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느꼈다. 내가 이렇게 무지하구나, 다 안다고 믿었는데...

남편은 최근 욕구를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노력해 보겠다고 했지만, 그 말을 한 지 한 달하고도 보름이 지났다. 노력해 보겠다는 것은 생각뿐. 몸도, 마음도 사실은 의지가 없는 듯이 보인다.

우선, 내 불감증 치료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꾸만 위축되는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재미없다는 말을 하는 그가 자꾸 미워지려고 해서 우선 문제 해결을 내게서 찾아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꼭 그가 아니더라도 이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그의 협조가 필요하다. 부부관계의 문제를 어떻게 혼자 해결할 수가 있을까. 의사는 남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병원에 다녀와서 남편에게 말했더니, 생각해 보겠다고 한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듯이, 그 또한 성 문제에 대해 남과 상의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의사와의 상담은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 치료 과정. 그가 도와 주지 않으면 치료는 불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요즘 나는 보물찾기를 하는 아이처럼 남편의 단점을 들추어 내고 있다. 그가 가진 많은 장점은 저리로 도망가고 있다. 나는 남편이 가진 단점을 지적하고 싶어서 입을 달싹거리고, 결국 교묘하게 그를 비난하고 만다. 칭찬에 인색한 내가 비난하는 것이 그에게 상처가 될 것임을 알면서도 절제하기가 쉽지 않다.

점점 불안해진다. 성 트러블이 부부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듣기는 했지만, 거기에 우리가 해당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남편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해 주고 싶다. 아니, 말이 없이 그가 내 애정을 느낄 수 있게 해 주고 싶다. 그러나 통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뭔가 어긋나는 느낌, 삐걱대는 느낌이 점점 몰려 온다.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