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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며느리는 봉인가...


BY 봉며느리 2002-02-05

며칠전 부부클리닉이란 프로그램에서 동서전쟁(?)이란 내용이 하나 나오더군요.
거기 나오는 큰형님이랑 아랫동서...특히 형님은 과장된 면은 많았지만 상당부분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답니다.
큰며느리 대사 중에 "동서,동서는 아직도 부모님은 맏이가 모셔야 한다고 생각해?사고가 왜 그리 유치해?"하던 장면이 있었는데요,전국의 아랫 동서들이야 불끈했겠지만 맏이 된 제 입장으로선 속이 다 후련하더군요.
사실 여기 속상해 방에도 자주 올라 오는 글 중에 "님도 적당히 하세요.큰형님도 안 챙기는데..."하는...
그 말은 당연 맏이는 아랫동서보단 더 희생해야 한다는 말이겠지요?하지만 나 역시 배울만큼 배우고 지금까지 기 죽지 않고 살아온 아낙입니다.
하지만 시댁 가서 일할 때마다 "역시 맏며느리밖에 없어."하는 말 들을 때마다 기쁘긴커녕 부담스럽고 숨이 탁탁 막히더군요.
차라리 나한테 그런 부담,그런 의무감 안 준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늘 맏이라 이 정도 희생은 당연하다는 태도...
장남은 연월차 내고,눈보라에 앞이 보이지 않아도 본가 제사에 참석해야 하고,그 아내 된 자는 두돌 지난 아이 앞세워 교통수단 골고루 갈아타며 제사 전날 시골 도착,둘째 아들은 회사일이 아직 안 끝났다고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그 아내 된 자 역시 첫해엔 남편 회사 일이 아직 안 끝나서...이듬해엔 애가 아직 어리다고 나타나지 않더군요.
몇해전 신랑이 회사일로 한번 제사에 참석 못 한 적이 있었는데요...그 땐 죄다 입이 닷발은 나와 있던 일가친척들도 둘째 아들이 바빠서 참석 못한다고 제사시작 몇시간 전에 전화했을 때는 뭐 그럴 수도 있지 않냐는 듯 "아,일이 바쁘면 당연히 못 오지...그래,그래...."하더군요.
사람 마음이 간사해서 그런지 신랑 이전에 사귀던 사람은 형제 중 막내였거든요.
그사람 엄마가 특히 막내를 예뻐해서 늘 막내랑 살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는데 그때 생각으론 "맏이도 있는데 왜 우리가 모셔야 돼?"했거든요.
근데 그 사람이랑 어찌어찌 헤어지고 남편이랑 사랑하고 결혼하다 보니 이젠 "부모님은 꼭 장남만 모셔야 하나?"하는 생각으로 바뀌더라구요.
뭐 시부모님과 그리 사이가 나쁘지도 않지만 그런 의무감 때문에 장차 당연히 우리가 모셔야 한다고 생각하면 속상합니다.
누군가 결혼전에 장남인 줄 모르고 결혼했냐?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요...사랑이 죄는 아니잖아여...
제가 하고 싶은 말은요...내가 지기 싫은 짐,맏이니까 당연히 지고 가야지 하고 생각지 마시고요...
내가 지고 갈 짐,큰형님이 대신한다 하고 생각하시면 맘이라도 고맙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