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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총재 미방문과 부시 악의축발언은 합작품(펀글)


BY 악의축 2002-02-07

박재용 기자 pjyw1@hanmail.net


최근 미국 부시대통령이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이라고 규정하면서 전쟁도 불사한다는 대북강경책을 천명함으로써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 부시대통령과 미국의 입장이 "악의 축"으로 규정된 당사국들 뿐 아니라, 세계각국과 클린턴 전대통령을 포함한 미국내 일부정치인들에게 오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9.11테러를 경험한 미국인들에게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어서 그 기세가 쉽게 사그러들 것 같지 않다.

한편, 대한민국 내부에서는 그 의견이 두갈래로 나뉜다. 대다수 국민들과 정치인들은 그러한 미국의 행보가 북한을 자극하거나, 미국의 독자적 결정에 의한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생각하면서, 심각한 우려들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김용갑 의원을 비롯한 몇몇 정치인들은 부시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으며, 이회창 총재와 한나라당은 대미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는 성명을 내고 부시의 강경발언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부시의 강경발언 직전에 이회창 총재가 미국을 방문하여 했던 행적들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대단한 우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고 있는 이회창 총재는 대한민국이 북한이 되었건 미국이 되었건 다른 나라의 결정에 의해 전화에 휩싸이는 것을 원하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놀라울만큼 시기적으로 밀착하여 부시의 강경발언이 시작된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대통령 후보예정자와 만나지 않는다는 관례를 깨고 이회창총재를 만났으며, 대북강경책에 대해 사전조율했다는 외신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과는 별도로, 이회창 총재는 미국 방문에서 꾸준히 대북강경책을 주장해온 점은 엔론사태 등으로 국면전환이 필요한 부시정부가 강경하고 전투적인 태세로 진행되는데 일조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성격상 공식집계 되지는 않았지만, 세계각국이 스파이를 다른나라에 보내서 정보를 수집한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미국스파이는 과연 얼마나 될까? 대북한 정보수집 및 작전의 전초기지이기도 한 대한민국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대한민국 안에서만큼은 어느나라보다도 많은 스파이가 있을 확률이 높다. 미국을 위해 일하는 그들이 대한민국 사정에 대해서 자세히 미국정부에 보고했을 것임은 물론이요, 이회창 총재의 입지나 성향도 이미 보고되었을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그런가운데, 이회창 총재의 미국방문은 미국에게 기회였을 것이다. 우방인 대한민국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할 때, 대책없는 강경발언은 한미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이회창 총재는 계속 대북강경성향의 발언을 함으로써, 부시정부의 의도에 참으로 적합한 활동을 한 것이다.

물론, 미국정부가 이회창 총재의 말에 따라서 전적으로 대북정책을 변화시킬만큼 허술하지는 않다. 세계 각국이 그러하듯 자국의 이익을 위해 결정하고 행동하는데 미국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이회창 총재의 대북강경발언이나 인식이 대한민국 여론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부시정부의 MD정책에 입각한 무기판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을 가능성, 엔론의혹 등으로 곤경에 빠진 부시정부가 위기탈출을 위해 시도하는 강경책의 미국내 분위기조성에도 한 몫할 가능성 등이 그것이다.

여하튼 이회창 총재의 방미 후, 미국정부는 갑자기 대북강경발언을 시작했다는 것은 참으로 우연의 일치라는 생각을 심어주기에 충분해보인다. 미국의 강경발언의 수위는 이미 전쟁불사라는 호전적인 수준에 진입했고, 부시대통령은 엔론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선임을 거부했다.

이회창 총재가 개인적으로 어떤 대북관을 가지고 있고, 어떤 정치적 비젼을 가지건간에 그것은 이회창 총재의 자유이다. 그를 선택하건 안하건은 국민의 몫이다.하지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후보가 대한민국의 국익이 아닌 다른나라의 국익에 우연의 일치로라도 이용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유승준 씨의 병역기피성 미국시민권 취득 의혹으로 국민감정이 좋지 않고, 용산기지반환 문제라든가 대미현안이 국민감정을 자극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미국의 강경발언은 그리 좋은 일이 아닌듯 하다.

한편,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들이 이번 일을 놓고 정부의 외교정책의 총체적 위기니 하면서, 정부의 입지를 오히려 좁혀놓고 있다. 외교협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중 하나는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부의 자신감이다. 그런데, 이번 미국의 강경발언과 무관하게 꾸준히 햇볕정책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여하려는 정부에 대고 책망하는 모습은 언론으로서의 제역할이 아닌듯하다.

그리고, 햇볕정책을 비난했던 언론들의 주장대로 부시 대통령이 하고 있는 것이니, 정부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미국을 옹호하면서 나서는 것이 오히려 논리적 일관성을 갖는데, 갑자기 대한민국 정부만을 비난하면서, 미국이 큰 일을 낼 것이라는 식의 보도를 하는 것은 앞 뒤가 맞지 않은 일로 보여진다. 대한민국 언론이라면 대한민국에게 무엇이 더 이익인가를 생각하고 보다 냉정한 자세로 이번 일을 분석하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야당인 한나라당도 정부의 외교적 판단만을 책망하지말고, 대한민국의 비젼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이회창 총재의 미국방문 행적이나 한나라당의 대북강경노선과 미국 부시정부의 강경방침이 비슷하다는 점을 살펴본다면,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는 미국에 대한 절대적인 호응이어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미국의 강경발언이 탐탁하지 않고, 전쟁의 위협에 불안하기만 하다. 수권정당이라면 국민을 안정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럴 때일 수록 여야의 협력과 언론이 정부가 바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작성일 : 2002/02/07 15:4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