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부터 두통때문에 너무나 괴롭다.
닥치면 닥치는대로
마음편히 생각하려고 해도
명절은 나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가하는 모양이다.
결혼 13년차
이제는 이런 명절이
적응될 때도 되었건만
난 여전히 결혼 초년생 같다.
지나칠 정도로 깔끔하고 빈틈없는 시어머니
덩치 크고 기세가 드센 시누들
둘째라고 손님처럼 대접받으려는 시동생
화려한 차림에 여우짓만 하는 동서......
몸도 마음도 약한 나는
지금도 그들이 두렵고 무섭다.
한숨이 자꾸만 나온다.
전쟁터에 나가려는 군인 같이
오늘도 난 불안한 마음을 가다듬는다.
맏며늘!
난 맏며늘의 역할을 잘 못하겠다.
아랫동서에게 일을 시키지도 못하겠고
시어머니의 눈빛을 보면
친정에 가겠다는 소리도 못하고
시댁에서 휴일이 끝나는 날 까지
종처럼 지내다 온다.
난 확실히 맏며늘의 자격이 없다.
막내로 가야한다는 엄마의 말을 거역하고
남편하나 믿고 겁도 없이
남의 집 무거운 맏며늘이 되었으니
누구를 원망하랴?
나는 무늬만 맏며느리다.
힘이 없어 억척스럽게 일도 못하고
마음이 여려서 눈물도 많고
배짱도 없다.
난 시키면 시키는대로 고분고분한다.
13년 살면서
한번도 시어머니, 시누들에게
거역해본 적도 없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직장을 다녀서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한다.
시어머니는 나의 그런 모습이
영 마음에 드시지 않는 모양이다.
힘도 세고 일도 잘하는
대가 찬 며느리를 원하시는 것 같다.
큰 상도 번쩍번쩍 들고
집안을 리더해 나가는......
마음이 너무나 힘들다.
시댁 식구들은 만나면 언쟁을 한다.
모두다 목소리를 높여
그 큰 덩치들로
서로 지지 않으려고 신나게 다툰다.
난 겁먹은 아이처럼
항상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식사를 꼬박꼬박 차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용돈과 차비도 주어야 한다.
맞벌이를 한다는 이유로
또 맏이라는 이유로.....
어렸을 때는 기다려지던 명절이
지금 나에게는 이런 모습으로 그려진다.
내가 믿고 의지하는 건
듬직하고 기운센 남편뿐이다.
남편 뒤에 파묻혀서
이제 시댁을 향해 설을 쇠러 가야한다.
스스로에게 건투를 빌어본다.
명절 무사히 지내고 돌아오자고.....
화이팅!!!
아줌마 여러분들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