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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엄마의 부엌과 어머님의 부엌


BY 안개 2002-02-15

울 엄마 아버지..
내 가슴에 이렇게 대못을 쳐놓고 갑자기 돌아가시기라도 한다면...

우리 어머님은 부자시다.
우리 어머님 부엌엔 없는게 없다.
오늘은 약밥이나 하자...하시면 밤,대추,은행..또 뭐더라 이런 재료들이 항상 대기중이다.
오늘은 꽃게탕이나 하자...하시면 우리딸 머리통만한 꽃게들이며 크디큰 조가비,미더덕,등등 보지도 못한 해물들이 냉동실에서 쏟아져 나온다.
애비 삼이나 갈아줘라...하시면서 내놓으신 삼들.. 어쩌면 그렇게 크고 잘생겼는지..
간단히 미역국이나 끓이자..하시면서 국물내기로 낙지 수마리와 쇠고기를 넣으신다.
우리 어머님 음식은 너무 맛있다.
막 시집가서 너무 맛있어 밥을 두그릇을 거뜬히 비우곤 했었다.

그러나 이젠 그 부엌에서 난 행복을 느끼기보다는 절망을 느끼곤 한다.
내 엄마의 부엌이 자꾸 생각 나기에....

내 엄마는 찢어지게 가난하다.
근근히 자식들이 주는 돈으로 두 노인네가 살아가신다.
내 엄마의 부엌은 더럽다.
없으면 깨끗이나 살것이지 왜 그리 더러운지...
그래도 엄마는 그 부엌에서 뭘그리 하는지 항상 바쁘다.
먼데서 딸,사위 왔다고 생태찌개를 끓이셨다.
국물속엔 딸랑 대파 몇쪼가리..
그 전날 공교롭게도 어머님 집에서 둘이 먹다 하나죽어도 모를 생태탕을 온 가족이 맛있다 맛있다 하며 먹었던터라 내심 남편앞에서 긴장을 했다.
아닌게 아니라 맹물에 미원으로 간 맞춘듯 했다.
맛도 없었지만 울화가 치밀어 올라서 밥을 못먹었다.
그나마 사위왔다고 아껴아껴 모은돈으로 사서 끓였을터인데..
더 있기도 싫어 시댁으로 가려고 짐을 챙겨 나오는데 부엌에서 아버지
뒷모습이 보였다.
그 맛대가리도 없는 생태를 쪽쪽 빨며 두 노인네가 머리를 맞대고 맛있게 먹고 있었다.
가슴이 터질거 같았다.
보기 싫었다.
울 아버님 자식들 다 거느리고 제일 상석에 앉아 드시는데 울 엄마 아버지는 꼭 자식들 먼저 멕이고 나서 그 뒤에 드신다.
싫다.
그러지 말라고 해도 엄마 아버지는 그게 좋단다.

쭈그렁쭈그렁 두 노인네.. 우리 간다니까 짐 들고 나오신다.
남편 차빼러 간 사이 엄마 주머니에 명절에 드리는 돈 외에 내 돈을 찔러 넣었다.
너도 힘들텐데..하시며 두번 거절 안한다.
그모습에 더 속이 상했다.

그 뒤 한참이 지난 지금도 난 친정에 전화를 안하고 있다.
정말이지 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