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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고


BY SkyWindmil 2002-02-15



요즘은 대형 유리창을 통해 겨울 오후의 풍경을 보고 있으면
어둠이 깔리는 저녁을 만날 수 있지요.

아침 조간신문을 오후에 읽고 TV를 통해서 시간을 보내면
투석하는 오후 4시간은 금방 흘러가 버려요.
저는 남들이 흔히 말하는 힘겨운 투석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투석을 마치고 나면 내 옆에서 지혈하는 간호사들의 모습이란,
피곤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옆에 있는 침대 시트에서
잠시 앉아있는 모습에서 피곤한 표정을 읽을 수 있어요.

투석실 간호사들은 외래 간호사와 달리 하루 종일 서 있고
무거운 약통 옮기고 뛰고 하면서 하루를 보내지요.

"많이 힘들죠?"
"조금요 빨리 집에 가서 자고 싶어요"

그들은 아침 일찍 출근하는 오전조.
사람이 누워있는 30개나 되는 침대 시트를 일일히 하루마다 교체하고
큰 쓰레기통을 씻고하는등 노가다 비슷한 일을 합니다.
말이 간호사지..
(친척중에 투석하는 사람이 있을때 투석실에 발걸음해본
주부라면 알것입니다.)

"집에 가면 팔 다리 주물려주나요?"

신랑이 있는 간호사들은 피곤해 있는 아내의 팔 다리를 주물러주지만
아가씨인 그들은 종일 잠을 잔다고.

눈이 이쁜 책임 간호사가 내 옆으로 왔다.
30분 남아있는 것을 알면서 물었다

"30분 남았지요?
"예 어떻게?"
"샘 눈을 통해 보았지요..샘눈이 창이잖아요 이쁘잔아요.."

난 가끔 이런 농담을 하는데 피곤해서 지쳐있는 그녀가 잠시라도
즐겁게 웃을 수 있게.

"샘 부군되시는 분은 이런 농담하세요?"
"전혀..."
"하긴 경상도 남자라서 (나도 경상도 남자인데..)

.........

예전에 설날이나 추석이 찾아오기 몇일전에 난 어머니와 함께
자갈치 시장에 설 제수 고기 장만하러 갑니다.
그때 난 그 행동들이 남자가 하면 안되는 일이 아닌
자연스럽게 내 머리속으로는 도와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았고
그리고 부엌에서는 산적부터 명태 굽고 다른 굽는것까지
내가 도와드리는데 요즘에는 여동생하고 같이 하지요.
밀가루 묻이고 계란 묻이고..후라이펜에 올리고..
소고기..고구마까지..
그 나머지 일은 어머니가 밖에서 하고 계시고
그중에 가장 내가 죄송한건.
아직까지 결혼을 하지 않고 있기에 며느리가 들어와서 같이 했으면 싶은 ...
오랜동안 혼자 하셔셔 허리가 좋지 않기에.
반반씩..

내가 할일 끝나면 부엌으로 갑니다.

"할마시 고생해욧~! 내가 또 할것 없수?"

그런데 어머니 고생합니다..라는 말은 도저히 못하겠고
돌려가면서 농담투로 이야기를 합니다.

사실 여자들이 힘겨워하는 부분이 음식 만들고 손님 접대하는 일인데
남자들이 심부름이라도 해주면 좋지 않을지..
(난 잔돈 챙기는 그 재미로 ^^)
오랜동안 난 그렇게 해왔으니까요

늘 피곤해하는 뼈마디가 아픈 육체의 노동이지만
가까운 사람에게 고생한다는 말 한마디만 해주면...서럽지 않을것인데
"힘들지? 고생했어? 이 말만..

돈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에...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고
고생한다는 말 한마디에 사랑이 깊어간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