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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효부가 아니다.


BY 효자 아내 2002-02-15

명절만 지나면 나는 괜한 자책감에 빠져야 한다.
막내며느리...
일부러 막내라서 울 신랑과 결혼한 건 결코 아니지만 난 결혼과 동시에 막내며느리라는 호칭을 얻게 되었다.
사실 맏며느리보다는 책임감이 덜 한건 사실이다.
(맏며느리님들이 보시면 혼날지도 모르지만...)

근데 울 신랑은 이름만 막내인 효자중의 효자이다.
울 어머님 20년째 당뇨로 병중에 계신다.
위로 큰형, 작은형 다 장가가고 분가했을때 아직 총각이었던 울 신랑이 회사다니며 살림하며 어머니 간병까지 다 했단다.
그러니 더 애틋한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겠지...

울 큰아주버님 서울대 나와서 박사까지 따고 교수로 계신다.
둘째 아주버님도 잘 사시고, 게다가 울 둘째 형님은 압구정동에서 잘나가는 과외선생이다. 월수 1000이 넘는 듯 하다.
울 신랑도 그런대로 월급잘나오는 회사의 과장이다. 나도 부업을 해서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다. 그치만 울 신랑 한 2년 주식해서 억대의 돈을 날려먹었다. 나랑 울 신랑만 안다. 부모님께 말도못하게 한다. 효자니까...

그런데 우리만 매월 용돈을 드린다.
언젠가 한번 부모님도 퇴직했으니 용돈을 드리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형편되는 사람은 드리는거지 뭐... 큰아주버니 말씀이다.
교수에다 월수 1000이 넘는 집들은 형편이 안되는데 월급쟁이는 형편이 된다는 말씀이신지...

한두달에 한번씩 병원에 다니러 오시면 우리집에서 지내신다.
엄격히 얘기하면 우리집이 아니다.
부모님이 전세비를 좀 보태주셨다.
우리는 안방을 아예 비워놨다.
우리 네식구는 한방에서 다 잔다.
게다가 울 신랑 부모님 병원에 모시고 가기 위해서 그 전날 밤샘하고 월차 내서 부모님 병원에 모시고 다녀온다.
물론 효자인 울 신랑이 병원비도 카드로 벅벅 긁는다.
한번에 30~40만원 쯤 된다.
두달치 약을 한번에 타니 ...
한두번도 아니고 매번 이러니 왠만한 일엔 좋은게 좋은거지 하는 나도 슬슬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울신랑이 이런 내 눈치를 보고 아주버님들께 얘기 했더니 진작 얘기하지. 담번부턴 나눠서 내자 그러시더니 그후로 아무 얘기가 없다.

다시 고향으로 가실때면 또 우리 신랑이 터미널까지 모셔다 드린다.
물론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카드로 긁어서...
차비, 얼마안되는 돈이지만 것도 자꾸 되풀이 되니 짜증난다.

울 큰형님, 작은형님 다 집도 있고, 차도 좋은거 2대씩 굴리고 다니다.
우린 아직 전세에다 차는 10년된 쏘나타 얻어서 타고 있다.
울신랑 엄청 짠돌이라 그런대로 잘 굴러가는 차 왜바꾸냐고 앞으로 5년은 더 타자고 하는 사람이다.
그런사람이 부모님한테는 못줘서 안달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결국엔 돈때문에 내가 이러나 싶어 자책감이 든다.
돈...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생긴다는데...
좀더 넓게 생각하자 하다가도 째째해 진다.

막내라서 쓰지 않겠다는게 아니다.
똑같이 삼형제가 삼분의 일씩이면 기꺼이 쓸 수 있겠는데...
울신랑 효성에 크게 잔소리도 못하고, 내 속만 끓고 살고 있다.

그냥 이곳에 넋두리 함 해봤습니다.
맏며느리분들 언짢으셨다면 죄송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