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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를 하자니 아이들이 울고...


BY 갈팡질팡 2002-02-15

저는 결혼생활을 시작한 지 이제 5년이 돼가고 있고 지금까지의
생활중 나에게 현재 남은 건 예쁘고 건강한 4살(31개월), 3살(14개월)된 두 아들과 엄청난 빚입니다. 결혼한 이후로 남편은 유학을 한
경험 때문인지 웬만한 직장은 콧방귀나 뀌고 눈만 높아서 차라리
백수의 길을 택하면 택했지 사회생활을 하려고 하지 않았고 그나마
첫 아이가 태어나니 마음이 조급했던지 회사를 들어갔는데 그것도
겨우 1년도 안 돼 그만뒀답니다.

또 나이는 겨우 30대 초반인데도 얼마나 보수적이던지 제가 직장을
다닌다 하면 곱지 않은 눈으로 절 쳐다봅니다. 저도 같이 유학생활을
하다가 만났는데 잘 나가고 있던 직장생활도 그 사람이 싫다면 하지
않는게 좋겠다 싶어 결혼 직전 그만뒀답니다. 저도 그 땐 철이
없었죠.

생활은 어떻게 했냐구요? 저희 시부모님이 부쳐주시는 돈으로 살았습니다. 좋겠다고 하시는 분도 계실 지 모르겠지만 그 돈에 따라오는
꼬리표는 참 많습니다. 저희 친정엄마가 하시는 계 모임에 시부모님
몫으로 붓는 곗돈이기도 하고 또 갖다 붙이기에 따라서는 저희
생활비이기도 합니다. 또 작년 6월부터 당신 아들이 시작한 사업에 대한 사업자금(그 때부터 지금까지 생활비 한 번을 안 갖다 줍니다)
이기도 합니다. 사실 많은 돈을 주신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전 시부모께 늘 죄인의 심정입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건 그렇게 쓸 일이 많다는 것을 아시는 시부모님은 항상 머릿속에 그동안 우리에게 보낸 돈의 총액을 계산하시면서
그 돈이 우리 주머니에 그대로 있는 줄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손아래 시누이 (하나는 기혼, 하나는 미혼)가 둘입니다. 둘 다 외국에 살아서 자주 보지는 않는데 한 번씩 한국에 오면 한 달씩 우리집에 머물면서 완전히 가계를 파탄지경으로 만듭니다. 한 번 휩쓸고
가면 2백만원은 장난입니다. 저는 그래도 찍 소리 못합니다.
왜냐구요? 시부모님한테서 돈을 받고 있기 때문이죠. 그네들을
내가 돈을 쓸 때면 늘 당당합니다. 왜냐구요? 지들 엄마아빠의
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작년여름에도 한 바탕 난리를 피우고
간 우리 시누.. 얼마전 그럽디다. 그 때 언니한테 너무 섭섭했다고.
모든 걸 너무 딱 딱 따져서 계산을 했다나요? 전 제 분수에 넘치게
간이고 쓸개고 다 빼서 할 만큼 했는데 이제와서 그럽니다. 정말
더럽고 치사한게 시댁식구들인가 봅니다. 생각할수록 화가나네요.

시간이 갈수록 빚이란 놈은 덩치가 점점 커져서 날 짖누릅니다.
이제 얼마 안 있어 시부모님은 당신들 돈 다 어디에 썼냐고 날
몰아부칠것이고 (아들 무능은 완전히 제끼고) 앞으로 이 어려운
경제 상황을 어떻게 헤쳐가야 할 지 막막합니다.

그런데 취업제의가 들어왔습니다. 3월 말이나 4월초부터 시작할
수가 있는데 그 얘기를 했더니 애들은 어떡할 거냐며 곱지 않은
눈치입니다. 정말 화가 납니다. 난 남편에게 큰 소리 한 번 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2살 연상이어서 그런지 상당한 자격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혼 초반엔 엄청 싸웠습니다. 저는 아무
의미없이 한 말을 갖고 자기혼자 화가 나서 말도 안하고 그럽디다.
그래서 지금은 제가 아예 싸움이 될 말 같으면 말을 꺼내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점점 대화도 없어집디다.

다른 부부는 여자가 아무리 별 소리를 다해도 남편들이 다 받아준다고
하던데 우린 제가 그 사람 삐질까 봐 무진장 참고 삽니다(자기도 아마
그렇다고 말하겠죠..). 정말 울화통이 터지는 날이 하루이틀이
아닙니다.

이제 저도 돈을 벌러 나가려 합니다.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두 아들을 보면 눈물이 납니다. 사실 어떻게 아이들 문제를 해결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시부모는 외국에 계시고 친정엄마는
일을 하십니다. 맞벌이를 하자면 아이들도 우리의 시계에 맞춰
새벽에 나가 저녁 늦게 와야 하는데 그것도 서로들 잘 해낼수
있을 지...

예전엔 여성의 사회생활을 자기계발이니 사회참여니 하는 말로
떠들어 댔는데 지금은 완전히 생계유지를 위해 취업을 결심하고
나니 참으로 착찹합니다. 현실은 정말 냉정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