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겨울 바람에 옷깃을 스치다 말고는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
오후 8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버스를 탔는데 안면이 있는 기사님은 여전히 교통방송을 듣고 계신다.
나도 가끔 집에서 교통방송을 청취하는데 웬일인지 모르게
교통방송이 듣기에 참 편하다.
신호등이 빨간불로 변경이 되었는지 버스는 정차해 있고
저녁 8시를 알리는 라디오속의 종소리와 함께 늘 그 시간이면 시작하는
여성 아나운서의 아름다운 프로가 시작된다.
중간 중간에 교통 소통 이야기를 하면서 그날의 화제를 이야기 한다.
그리고...편지를 읽을 시간이다.
그 라디오 MC의 목소리는 오랜동안 푹 읽었던 장맛처럼,
너무 푸근하고 듣고 있으면 내 마음이 편안하게 느껴질 정도이니..
"이번 사연은 친정 아버지가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딸을 생각하는 사연입니다.
저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필라델피아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아직까지 한번도 가본적이 없습니다.
어린시절 고생해서 낳은 자식이라 더욱 사랑스럽고 보고 싶습니다.
아들을 낳으면 기차를 타고 간다고 했고
딸을 낳으면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한다고 했지만
아직 미국에 가보지 않았습니다.
늘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자랏던 딸이 미국에 있는 청년과 결혼을 했고
잘 사는데 늘 부모의 마음은 자식 잘되길 기원하는것이죠
그리고 늘 품안의 자식이라 늘 걱정입니다.
시댁에 잘하는지 남편에게 잘하고 있는지..
물론 사위가 지 딸년을 끔찍히도 좋아한다지만 아비의 사랑만도 하겠습니까
얼마전에 아이가 아프다고 해서 울먹이는데 저 또한 마음이 아팠지요
손주들이 가까히 있으면 찾아갈 수 있지만 저 먼 타국에 있으니..
그래도 가끔 손주님이 전화로 할아버지 보고 싶어요라고 할때
나도 가끔은 우리 강아지들 잘 있니라고 합니다
손주 얼굴 만져보는 것이 이 할비의 낙이고 보람인데
그들은 너무 멀리 있습니다.
.......
....
중략....."
버스 안에서 MC가 읽어가는 이 편지를 듣고 있으니 웬지 모르게
내 마음이 뭉클해진다.
그러나 내가 이 편지속에서 마음이 내킨 부분이라면
품안의 자식이라는 부분이다.
내 나이 30이 넘었던것이 한참 지났지만 내 마음은 독립을 했지만
몸뚱아리는 여전히 집에 있다.
아이가 청년이 되고 청년이 결혼한 남자가 되었을때
부모곁에서 나와서 사는것이 정석이거늘,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자신이 가끔은 미울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