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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도 나고 가슴도 아프고


BY 황당한아랫동서입 2002-02-17

밤을 꼬박 새울 만큼 화가 나는 일이 있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요즘, 아니 계속해서 아들, 딸 논란이 많은데.....
저까지 그런 비슷한 글을 쓰게 되서 유감입니다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들은 상황이라 삭이질 못하고 여쭙니다.
형님이 한분 계셔요.
딸 둘을 낳고 수술하셔서 시부모님께서 화도 내시고 야단을 맞았다고 해요.
아버님이 3대 독자신데, 슬하로 아주버님과 제 남편을 두어 독자는 일단락이었지만
워낙 손이 귀한 집안이라 여럿 낳기를 바라셨고 꼭 큰아들에게서 아들을 얻길 바라셨었다고 합니다.
다시 풀어라 어째라까지는 안하셨는지 그 상태로 지금까지 계속이지요.

저는 시집와서 첫 아들을 낳았어요.
또 제 친정 여동생도 저를 따라 하루 뒷날에 첫아들을 낳았지요.
그래서 같은 병원에서 엄마가 이 병실 저 병실 뛰어다니시며 힘들게 보살펴 주셨어요.
퇴원 하루 전날 억지로 축하(꼭 그랬다고 밖에 설명이 안되요...)하는 표정으로 들어선 형님.
시모님이 만면의 웃음을 싣고 "딸 둘이 다 첫아들을 낳아서 기쁘시겠다"하시니
우리 친정엄마 "네..친정엄마로서 마음은 편하지요"....
그 때 저는 아차 했지요. 아무리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라도
딸만 둔 형님을 옆에 두고 왜 그런 말씀을 하실까나.....했습니다.
그만큼 저는 형님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그 외에도 시댁식구 보다 왠지 가깝게 여겨지는 터라 언니처럼 따랐었어요.
제가 형님께 하는 만큼 마음의 문을 다 열지는 않으신 형님이었지만
그래도 저는 한올의 거짓없이 대했답니다.

그리고 7년 후 현재.....저와 친정 여동생 모두 둘째를 갖지 않았어요...
동생은 둘째를 너무도 원했죠...한번 임신이 되었었는데 유산끼가 있고 몸이 많이 아파서
고생을 하다가 결국 자연유산이 되었지요.. 그러다 이렇게 된 거구요.
별로 좋은 얘기가 아니라서 시댁에는 알리지도 않았지요.
저는 사실....남에게 말하지 않은 아픔이 있어요.
임신기간 동안 남편과 이혼을 하느니 마느니....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답니다.
임신의 기쁨이 뭔지도 모르고 신혼이 뭔지도 모르고 지냈어요.
그저 순하신 시모님, 불쌍한 우리 엄마, 태어날 울 아기를 위해 참고 살았다고 할까요.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 주가 싫어서 내가 상처 받고 살았다할 만큼 힘들었죠.
그래서 실은 그 상처가 이유가 되서.....둘째를 가질 생각을 안하고 있어요.
그것은 아는 분들만 이해를 할거예요.
임신동안 서럽고 상처 받았던 기억이 다신 임신하지 못하게 할수도 있다는 것 말이죠....
아뭏든 동생과 저는 그런 아픔때문에 둘째가 없는 것인데..............

어제 저녁, 참으로 어떤 일로 형님이 전화해 화를 내셨습니다.
이번에 5년짜리 적금을 탔거든요.
거기서 어머니 올 가을에 회갑잔치 할 우리 부부 할당량인 200만원,
지난 해에 어머니께 급히 얻어쓴 100만원 갚을 돈,
틀니 하시라고 100만원, 그리고 그동안 어머니께 얻어다 먹은 식량이 많아
아무리 어머니지만 답례삼아 그리고 용돈 하시라고 100만원,
모두 합쳐 500만원을 드렸습니다.
솔직히 저도 큰맘을 먹고 나서야 드릴수 있었고, 이렇게 적금이나 탔을 때 말고는
부모님께 큰돈을 드려볼 기회도 없고....정말 많이 생각하고 드린 겁니다.
그 얘기를 시누를 통해 들은 형님께서, 전화를 해 노발대발 하신겁니다.

-한마디 상의도 없이 용돈을 드렸다,
-지금 돈 자랑하는 거냐, 내가 뭐가 되냐.

저도 순간 한마디 말도 없이 드린건 잘못인가 보다 하고
아..말씀을 드렸어야 하는데 죄송해요....했습니다.
하지만 형님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갑자기 얘기가 이상하게 흘러서
아들 얘기까지 나왔지요.

-너 아들 났다고 유세 떠는 거냐....(한번도 저보고 '너'라고 하지 않던 형님이)
-내가 딸만 있어도 내가 큰며느리고 니 형님이다.
-니 혼자 며느리 노릇 다 할려고 하고 난 허수아비 만드는데
어디까지 기어오르는 지 지켜보자.....


이쯤 되면 읽으시는 님들....
제가 무슨 평소에 잘 기어오르고 아들 났다고 잘난척 좀 하나보다 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별로 나서는 성격도 못되고....형님이라면 꾸벅 죽고 이번에도 적금타서 기분 좋아서 형님께도 한번 예를 하려고 하던 참이었지요...
그런데 상의없이 시모님께 용돈 드린걸 갖고 화를 내는 것 치곤
너무 지나치다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시누님께 뭔가 한소리 들은 듯해요....

그런데....제가 이렇게 화가나고,,,눈물이 나고,,,
가슴이 부들부들 떨리는 이유는....그것때문이 아닙니다....
마지막에 이런말을 하고 불같이 화를 내고 끊더라구요....


-그리고 여자는 시집와서 아들만 하나 낳는 다고 장땡이 아냐.
-어쩜 동생이랑 둘이 똑같이 둘째 가질 생각도 않냐.
-아들 낳았다고 버팅기는 거냐?
-니네 친정엄마 딸들 다 첫아들 낳았다고 병원에서 목에 힘주는 거 보니
-아들 하나 낳았으니 더는 낳지 말라고 딸들한테 가르쳤나 부지?
-다 똑같다, 여자들 셋이서!"...뚝~!

그렇게 말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끈없습니다.

순간은 어리벙벙해지고 아무 생각도 나질 않더군요.
그리고 밤을 새워 그 말을 씹고 되씹고 하면서 곰곰히 생각을 했습니다.
불현듯 그동안 형님이 어떤 분이든 판단하려고 하지 않고 있는 대로 모셔온
제가 바보만 같았지요....
딸둘만 낳고 덜컥 수술하신 그 용단에 오히려 아들딸 구별없이
가족계획 확실하고 자기 뜻대로 살아가는 모습에 다소 존경까지 했던
제 마음이 깨끗하게 사라지면서.
제 친정 엄마 얘기까지 들먹이며 악담을 해대는 형님을 제가 어떻게 해야 옳은 건지.
참으로 정리가 안되는 마음입니다.

제 친정엄마...목에 힘을 주긴요...음전하셔서 그런거 모르십니다.
더구나 아들 낳았다고 목에 힘줄 그런 분아니십니다.
그날 병원에서는 시모님의 인사에 그저 엄마로서 마음은 편합니다라고 한마디 대답한 것 뿐인데.

여자들 셋이라니...
그렇게 가르치다니...
둘째를 못갖는 우리 마음 속 깊이 들여다 봐야 알텐데...
같이 눈물 흘리며 임신기간의 아픈 추억을 들먹이며 설명을 해야
지금의 나를 이해 할런지....

저도 둘째를 생각을 안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하루에도 열두번씩 생각하는 데...

읽으신 님들.....어떻게 해야해요.
손윗 사람이라는 이유로 어거지를 쓰고, 해서는 안될 말 까지 하는데
제가 아랫사람이라는 이유로 어제 그 일을 덮어두고 살아야하는 건지.
차라리 어제 바로 같이 화를 냈다면 모르겠네요.
하루 지나니 더 가슴만 답답하고 전화를 형님이 먼저 끈는 바람에
바로 전화했지만 받지도 않고...그래서 화를 낼 타이밍도 놓지고..
남편이 옆에 있었다면 바로 말했을텐데...어제, 오늘 대전에 내려가서 내일 오거든요.
그래서 생각을 오래하다보니..남편에게도 말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조차도 망설여지고 그래요.

참 기가 막힙니다.
어디서 그런 말이 생각이 나고 입밖으로 할수 있는 건지.
시누님께 전화해 형님과 무슨 말이 오갔느냐고 묻고도 싶지만...
정말 이럴땐 아랫사람으로서 너무나 곤란해 미치겠어요.

너무 두서없이 쓰고, 쓰다보니 흥분하여 무슨 일인지 전달이 잘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하여튼 지금 이렇답니다.
제 생각은,
이 얘기를 누군가에게 하면 악화만 될뿐이라는 걸 알기에 안하는 쪽으로 하고는 싶고,
그렇다고 형님께서 망언을 하신걸 정정하지 않고 지나가기엔 제가 너무나 속상하고,
그냥 지나간다 하더라도 서로 단하나뿐인 형님과 동서 사이가 회복되지 않을게 걱정이 되서
여러분께 조언을 급구합니다.

이럴때 가장 현명한 방법은 무언지...제가 해야할 처신을...객관적으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