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859

남편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


BY 이해안됨 2002-02-23

저희 남편과 저는 동갑입니다.

작년 11월에 결혼하고, 지난 달부터는 직장을 관두고 고시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학교 다니면서는 학생운동을 했었고 졸업후 늦깍이 군대를 다녀와서 선배가 운영하는 인쇄소에서 일하면서 사회를 익힐 때쯤 절 만나고 결혼하게 되었지요.

남편은 무척 욕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또한 굉장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입니다.

저희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강했습니다. 서로의 일과 생활을 존중해 줄 줄 알고 생각도 많이 트인 사람입니다. 그릇이 아주 큰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언제나 자신이 하는 일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기의 길을 찾기 위해 고시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전 직장을 다니고 있고, 한편으로 남편 공부 뒷바라지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각자 자신의 길을 충실히 걸어가는 것이라고, 누군가 공부할 때 옆에서 돈 벌어 주는 사람은 필요하다고, 그때 특별히 여자이기 때문에 안 된다, 미안하다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남편에게도 말했습니다. 미안해하지 말라고..

그런데 얼마전 부터 남편이 농담조로 이런 말을 합니다.

'내가 고시에만 붙으면 말이야.....' '잘해. 잘해...'

이 얘기 들으면 너무 화가 납니다.

고시붙음면 어쩌겠다는 건지..

지난번에는 제가 그랬습니다.

'당신 혹시 돈 때문에 고시 공부 하는거 아니야?'

그랬더니(그런 질문을 하면서도 남편이 아니라고, 날 뭘로 보냐고 버럭 화를 낼 줄 알았습니다) 남편이 순순히.. 그런것도 조금은 있지 ... 하더군요. 좀 놀랬습니다.

어제는..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남편과 새벽3신가 4시까지 술 마시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시댁 얘기, 공부 얘기...

남편이 또 그러더군요. '고시에만 붙으면..... 잘 해. 그니까 잘 해.. 이거 뼈 있는 말이야.'

정말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얘기했지요.

'뭘 잘 해. 고시 붙어서 바람이라도 피겠다는거야? 고시공부하면서 그딴 소리 하는 넘 첨 봤네'

화를 버럭 내고 일어나 버렸습니다.

남편은... 웃으며.. 나 사랑해 달라고.....
공부하는 동안 당신 바람피울지 모르겠다며 그니까 잘 하라고... 합니다. (공부시작하면서, 남편이 당신 힘들꺼라고, 마인하다고.. 절대 바람 피지마!! 이렇게 얘기해서 나 바람필지 몰라... 하며 웃으며 농담 한 적 있거든요)

그래도 그게 다는 아닌 것 같더군요.
양치질 하고 방에 들어오니 남편은 벌써 자고 있더군요. 등을 돌리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남편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다는게 참 어이가 없더군요.

그게 지금 나한테 할 소린지...

남편이 또 그런 소리도 했습니다.

고시패스 한 사람들... 속물들도 존경할 만 하다고....

자기와의 힘든 시련을 극복한 사람이면 인정해줄 만 하다고,, 그런 사람들 자기 절제력이 대단한 사람인데 속물들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꺼라고...

기도 안 찹니다.

자기도 이제 그 어렵다는 공부를 시작하고 보니 동감하는 가 보구나 생각들지만.. 좀 아니다 싶었습니다.

지금 남편은 일찍 시댁에 갔습니다. 서류 받아올 게 있어서요.

전.. 계속 기분이 풀리지 않고 있네요.

그냥 모르는 척 흘려버려야 할까요? 아님 계속 그 진의를 밝혀내야 할까요?

그냥 지나가기에는.. 제가 너무 힘들 것 같습니다.

너무나 믿고 있던 사람인데... 자꾸 사소한 말들로 흔들리고 있는 저를 봅니다.

그리고, 자꾸 남편이 의심됩니다.

고시패스 후... 돌아버리는 게 아닌가...

고시공부하는 남편... 뒷바라지 하는 아내에게 그런 얘기 해도 되는 겁니까?

정말 그냥 흘려도 되는 얘기 입니까? 정말 답답하고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