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 누워있는 오빠가 건강할 때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 중에
"아버지께서 자기 어릴 적에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셨다"고...
그 노래가 바로 '유정천리'라는 노래라고 했었다.
날마다 나의 퇴근 시간에 맞춰 데리러 오는 남편에게
오빠와 '유정천리'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조용히 내 말을 듣던 우리 남편이 저녁을 먹고 노래방에나 가자고...
왜일까? 갑자기...
우리 남편은 트롯을 너무 좋아 하다보니 아이디까지 '트롯'으로 지을 정도인데
18번 노래를 다 부르더니만 내가 노래를 부르는 사이 '유정천리'를 눌러서 예약해 두었다.
나의 노래가 끝나고 남편이 마이크를 잡으니'유정천리'의 전주가 시작되고
가사가 화면에 적혀지면서 남편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여태껏 난 유정천리란 노래를 별 관심 없이 흘러간 노래를 듣는 것처럼 그냥 지나치며 들었는데 노래 가사를 읽어 가는 내 눈엔 어느새 눈물이 가득 고이고....
노래에 열중해 있는 남편의 등뒤에 서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그 옛날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려 보게 되었다.
잠시였지만 내가 아버지의 마음이 되어 본다는 것, 그것이 아버지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길인지도...아마도...
6.25때 위로 형님들을 다 잃고 홀로 단신이 되어 졸지에 막내인 몸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파란 만장한 인생을 짊어져야 했던 우리 아버지.
거기에 어머니를 병환으로 자신보다 앞세워 하늘 나라로 보내시고...
남겨진 어린 자식들의 손을 잡고 처절하게 부르셨을 '유정천리'라는 그 노래는
너무나도 비통하고 처량한 아버지의 마음을 잘 나타내 주고 있었다.
아버지!!
이제야 아버지의 억장이 무너질 것만 같았던 그 날의 심정을 노래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느껴보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