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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님과 나.. 어떻게 하나..


BY 10003 2002-03-07

여기 시댁 얘기 많이 올라오죠..
결혼 전부터 이 사이트 드나들면서 선배 아주머니(^^)들 글을 많이 읽었었어요.
괜히 겁나고 그랬었는데... 그럭저럭 결혼한지 6개월이 흘렀네요.
그동안은 별 문제없이(?) 잘 지내왔는데...
요즘은 복잡한 시댁과 제 입장문제 때문에 정말 어디론가 도망가버렸으면 좋겠어요..
길지만 들어주시고 여러가지 조언을 들었으면 해서 글을 올립니다.

제 남편은 자상하고 착한 사람이에요..
심한 말 못하고 이것저것 챙겨주고.. 신혼이라 그런지는 모르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도 잘 하는 편하고 선한 타입이죠.
그거 하나 믿고 결혼했구요..

처음 연애 시작할때 진지하게 말하더군요.
부모님이 이혼한 가정이라구.. 그래도 괜찮겠느냐구..
간단히 말해서 두분이 별로 사이가 좋지 않으셨는데
급기야 신랑이 대학 입학할때 아버님이 바람이 나서 살림차리고 나가셨다는거죠.

아들 셋은(신랑은 장남이구요) 어머님이 맡아 기르셨는데
그 와중에 어머님이 받은 상처(물질적, 정신적)는 너무나 커서
그걸 지켜본 아들들(특히 우리신랑)은 아버님에 대한 미움이 컸죠.
신랑은 결혼 전까지 아버님에게 전화 한통 한적도 없었고
생일이나 소소한 일 챙긴적도 없으며 인연 끊고 살려다가
삼촌들의 간곡한 부탁으로 명절 제사정도만 잠깐 참여하고 그랬다고 하더군요.
아버님이 7남매의 장남이라 나중에라도 우리 신랑이 제사를 이어야 하니 그랬겠지요.

아버님은 살림차린 사람과는 7년을 못채우고 헤어지셨다고 해요.
살림 챙기실 분이 없으니 그 큰 살림 도맡아 하시던 어머님이 중한걸 깨달았겠죠.
합치길 원하셨지만 너무나 상처가 큰 어머님이 그걸 받아들이시길 만무하죠.
그 후에 아버님은 몇 사람 더 만나셔서 살림을 차리셨는데
다들 얼마 못가서 나가셨다고 해요.
(이런 복잡한 사생활이.. --;; 바람난 남자의 끝은 이런거랍니다.)

그동안 10년이 넘는 세월에서 희생(?)된건 막내숙모였어요.
어린 막내삼촌을 아버님 어머님이 데리고 키워 결혼까지 시켜주셨는데
그 후 6개월쯤 지나서 두분이 이혼하셨고, 새로 들어온 여자가
집안일에는 신경 안쓰는 사람이라 그때부터 큰어머니 역할은
새댁이었던 막내숙모가 도맡아 했다죠.
그 큰 살림의 제사며 혼자계신 아버님 생활이며 명절이며
모두 자신의 차지였다고 해요.
저도 결혼해서 들어와보니 이집 살림의 핵심축은 가까이 사는 막내숙모더군요.
7남매나 되는 다른 형제들은 다들 뭐한건지...

이번에 아버님 생신때 찾아가니 얘기좀 하자시면서 말씀하시더군요.
옛날 막내삼촌이 진 신세는 12년 세월동안 다 갚았다고 생각한다고..
자기가 그 세월동안 정말 미치고 싶을만큼 힘들때도 많았다고..
이제 새사람이 들어왔으니 너희 가족일은 너희 가족 안에서 해결하라고..
나는 이 집안의 중심에서 빠지겠다고..
맞는 말이었죠. 저라도 그랬을테니까..



남편은 아직도 아버님을 많이 싫어해요.
결혼을 기점으로 어쩔 수 없이 아버님에게 물질적 도움을 받고
(전세금의 반을 대주셨지요. 어머님은 어려우셔서.. 나머지는 제돈으로..)
이제 결혼했다는 이유로 집안일에 원하지는 않지만 조금 더 참여하게 되었죠.
그러면서도 항상 말했어요.
자기는 아버님이랑 상관없는 사람이고, 집안에 할 일만 하는거라고..


문제는 이제부터에요.
저는 아버님과 어머님댁을 오가며 두 시댁을 가진 며느리지요.
명절에도 제사 전날 가서 일하고 당일날 차례 지내고 설거지 마친 후
잡는 아버님댁 눈치 보며 어머님 댁에 가서 또 같이 있다가
다음날이나 친정 부모님을 뵐 수가 있죠..
두분 다 저에겐 무척 잘 해주시지만 어쩔 수 없이 어머님에게 마음이 갑니다.
같은 여자 입장에서 어머님에게 연민을 느끼고,
남편이 어머님을 끔찍히 챙기고 아버님은 싫다고 얘기하고,
살림이나 모든면에서 어머님이 든든한 나무처럼 느껴지는 새댁이니
그럴 수 밖에요..

아버님은 결혼때부터 저에게 많이 의지하시더군요.
잘해주시고.. 성격이 원래 자상한 편이세요.
저는 두분 모두에게 아무 감정없는 새식구이니
주마다 한두번씩 안부전화 계속 드렸구요..
어쩌다 회사일이나 집안일 때문에 전화를 잊으면
아버님은 뭐라고 뭐라고 하십니다.
전에는 일주일 전화 안드렸더니 서운하셨던지 저보고 못됐다고 하시더군요.
절대로 당신 아들한텐 전화 못하시면서 저한테는 심심하면 하십니다.
모든 부담을 저에게만 팍팍...

지금 아버님에겐 여자가 한사람 있습니다.
제 결혼때부터 어느순간 들어와 아버님과 같이 사시면서
집안의 모든 대소사를 막내숙모와 같이 챙기더군요.
막내숙모도 그 사람이 생긴걸 천운으로 알라고 하는데
아버님은 아무래도 그분과 헤어지실 것 같습니다.
어제 전화통화에서 그걸 느꼈어요.
정말 막말로 단물만 빼먹고 내치는 식이지요.
이런일을 그 많은 식구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아버님에게 점점 정이 떨어집니다..
저같이 너무도 평범하고 정상적인 집안에서 자란 사람에게는
그런 일 자체를 이해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거든요.

그러면 그 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이제는 아버님댁 뒤치닥거리에서 손떼겠다는 숙모,
그 큰 살림 놔두고 다시 아무도 챙겨줄 사람 없는데
혼자 있겠다는 아버님..
문제는 아버님 생각입니다.
아버님은 언제까지나 숙모가 옆에서 챙겨줄거라 믿고 있고
저와 남편을 확실한 자기 식구라고 생각하고 계신다는 것..

이번 아버님 생신때는 안챙기겠다는 남편과
그래도 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제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서
많이 싸웠어요.. 정말 우리 문제론 한번도 싸운적이 없는데
항상 아버님 문제 때문에 싸우게 됩니다.
남편이 정말 의절하고 저에게도 아무것도 못하게 하고 살았으면
차라리 맘 편할텐데, 결혼 초부터 전화 계속 드리고 그러면
자기집 챙겨줘서 고맙다고 그러고
행사때문에 아버님댁 가서는 아버님과 고스톱도 치고 멀쩡히
잘 있다가 저에게만 오면 그집하고 자긴 상관없다는 식으로 그러네요.

저는 막내숙모처럼 저 하나 희생봉사 하면서 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아버님이 그렇게 된건 아버님이 뿌린 씨앗이니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해요.
직장일도 힘들고(남편 월급이 적은 편이에요.. 집장만하고
아기 키울때까지는 그만둘 수 없죠)
남편도 아버님에게는 나몰라라하고 우리 살림 챙기기도 신경쓰이는데
그 큰살림 도맡고 제사 마련하면서 살 자신 없어요.
아예 아버님 돌아가시고 제사를 우리가 챙기게 되어 제 맘대로 하면 모를까
지금 시점에선 그저 갑갑하기만 합니다.

얼마전에도 남편과 싸웠어요.
지금 나한테 이럴꺼면 처음에 왜 내가 하는대로 내버려 두었느냐고..
남편은 화내면서 이제 전화도 하지 말고 제사도 가지 말라네요.
그게 되는 말입니까? 잘 가다가 갑자기 발 뚝 끊는게..
또 아버님은 뭘 믿고 저러시는지..

제 입장을 어떻게 정리해야 옳은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