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사실은 수신인은 제가 아니고 남편인데 제가 뜯어 본거죠. 사적인 편지가 아닐것 같아 무심코 뜯어봤는데, 작년에 모기관에서 지급받은 영수액이 적혀있는 원천징수영수증이더군요. 저는 그런 기관에서 돈을 받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는데요. 그리 큰 액수는 아니지만 배신감이 느껴 지더군요.
보다 자세한 상황을 설명드리면 제 남편은 대학의 조교수이구요.절대 자랑이 아니랍니다. 대학교수 남편을 만나서 그냥 그대로 사는 것일뿐 호강은 한번도 못해봤으니까요. 제가 교수는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라고 농담처럼 말을 하는데요.정말 주위의 교수들은 다 갑부더군요. 부모님이 돈이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집안도 다들 한가닥 하더라구요. 저희처럼 겨우겨우 살아가는 사람들한테는 그런 사람들하고 같이 살아가는데 너무 벅차답니다. 식사를 해도 이름난 곳, 비싼 곳 아니면 안가구요. 그 사람들에게는 그건 생활이겠지만 따라가는 우리는 정말 가랑이 찢어진답니다.
교수 월급? 물론 많지요. 하지만 주의의 학교친구들과 비교하면 이건 정말 본전생각납니다. 그사람들보다 많아야 한다는게 아니라 절대적으로 차이가 많이 난다는거죠. 제남편이 30대후반인데 그나이면 은행 과장급정도일텐데 월급명세서를 보면 은행 대리급수준이란 말이지요.
한마디로 교수는 품위유지비가 무척 많이드는 명예직이라는게 7년 살아본 저의 생각이랍니다.
전 회사를 10년 넘게 다니다가 여러가지 문제로 그만두고 제 퇴직금은 집 사는데 다 쏟아붓고, 국민연금 받은것도 대출금중의 일부를 갚는데 썼답니다. 결혼초부터 남편 기살리는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저는 정말 있는돈 없는돈 다 투자하고 남편이 남앞에 서는 직업이라 양복에서부터 모든것을 남편것은 백화점에서 사고 전 동대문에서 해결하는 식으로 생활해왔답니다. 몰론 친정의 도움이 절대적이었지요. 지금도 아이들 사교육비나 옷가지, 기타 밑반찬부터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신답니다. 친정부모님껜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너무 받아먹다보니깐 습관이 되지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구요. 당신들보다 우리가족 먹고 사는 것에 더 신경을 쓰신답니다. 이런 친정부모님은 정말 없으실거예요.
처음 글을 쓰다보니 두서도 없고 너무 장황하네요. 지금 심정이 안좋아서 그런가봐요.
문제는 난 남편을 위해 모아돈 돈도 다썼는데 남편은 딴 주머니가 있었단 생각에 화가 난다는거지요. 물론 이것이 전부이면 모르겠지만 다른 프로젝트건도 나한테 쉬쉬 했다면...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화가 난거랍니다. 저몰래 시댁에 가끔 용돈도 드리는것 같던데 전 친정에서 얻어오고, 남편은 시댁에 베푸는 식이랍니다. 그런 시댁은 남편의 벌이가 좋아서 저희가 펑펑 쓰고 사는줄 알구 여러가지를 요구하신답니다. 물론 자식이 교수라는 유세시겠지요. 하지만 전 시댁때문에 남편이 진 빚을 결혼초부터 해결해야 했고, 지금도 시아버님때문에 남편이 저몰래 대출을 받고 이자도 자기가 해결하는것 같습니다. 저는 그일은 모른척 하기로 했어요. 남편이 혼자서 저지른 일이니 혼자서 해결하라는게 제생각이었구요. 언젠가 제가 떠안게 되겠지만 그때까지 혼자서 끙끙거려보고 앞으로는 조심하라는 생각에서요. 설마 지금도 자기가 아버님때문에 대출을 안고 사는데 또 대출이나 보증을 서기는 힘들꺼 아니겠어요?
이런저런 사정으로 딴주머니를 차고 용돈과 별개로 생활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친분있는 교수들과 같이 움직이기에는 절대적으로 용돈이 부족해서인지 판단을 할 수가 없네요. 제 성격상 직접적으로 물어보지는 못하고 상상만 하고 있네요. 제가 그리 박하게 용돈을 주는건 아닌것 같은데 오늘도 학생들 MT 따라간다고 해서 학생들 맥주등 사주라고 용돈과 별개로 20만원 챙겨보냈습니다. 남편이 제가 잘하니까 원래 그런사람 이러고 필요치 않은 돈을 챙겨간건 아닐까 심사가 뒤틀립니다. 그돈이면 아이들 책이나 장남감등 필요한것을 살 수있는 돈인데 자기만 생각하고 가족은 들러리로 생각하는건 아닌지 화가납니다. 큰애의 교육비로 지출하는 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면서 자기가 할건 다하는 남편이 밉습니다.
이렇게 딴주머니가 있는걸 발견하시면 어떻게들 하십니까?
전 판단이 서질않고 야속한 마음만 드네요. 보통땐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자신하는데 이런 문제에 부딪칠땐 너무 감정적이 되어서 도대체 생각을 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자기한테 어떻게 했는데... 내가 시집와서 고생한게 누구때문인데... 지금도 놀이방에라도 보내야 하는 둘째 교육비 아끼려고 껴안고 있는데... 등등등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고맙구요. 쓰고 나니 생각정리는 안되지만 일단 너무 후련하군요. 조언을 해주지 않더라도 그냥 들어만 줄 사람이 있다는건 참 좋습니다. 전 제가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실상 문제에 부딪치면 당황해서 필요한 애기를 하지 못하거든요. 남편과 싸울때도 서운한 간정이 북받쳐 울기만 한답니다. 아무 얘기도 못하구요. 그런 제가 너무 싫지만 그 당시엔 아무 생각이 나질 않고 한참후에 그때 이렇게 할걸...또는 이렇게 애기했어야 하는데... 하거든요.
어쨌든 날씨가 창밖의 날씨가 무척 따뜻할것 같네요. 아이랑 동네 한바퀴 돌아봐야겠어요. 방안에 앉아 있으니 점점더 처지거든요.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