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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하고 서럽고 우울하네요.


BY honeyell 2002-05-25

저는, 오래전에 글 올렸던 사람입니다.
남편이 결혼 후 4년이 지나도록 월급한번 안 가져다주고 사업 한답시고 빛만 벌여서 생계가 막막했다고...
그래서 제가 일을 하고 있는데 며칠 전 갑자기 시누이 전화가 오더군요. 시누이 가게 한 켠에서 음료수 팔아볼 생각있냐고, 몸은 좀 힘들겠지만 돈은 확실히 벌 거라고...

다른사람이 자기가 하겠다는 걸, 그래도 핏줄인 우리가 낫지 않겠냐고, 그래서 전 고민했죠.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나...
그러다가 모두들, 그래도 장사가 한밑천 잡을 수 있을거라 해서 그러기로 했습니다. 근데 사건의 발단은...

생과일쥬스를 만들려면 과일 장 봐와야하고, 손질하고 믹서기에 갈고... 그런게 엄두가 안 나 저희에게 기회를 준건데, 저희가 열심히 고민하고 아이디어 짜내고 발품 판 결과, 바로 근처의 생과일 쥬스 전문점에서 저렴한 가격에 완전포장으로 배달해 주기로 했습니다.
그럼 우리는 빨대만 꽂아서 팔 수 있게...

그랬더니 단번에 태도가 달라지더군요.
사실, 두분입장 이해는 해요.
그렇게 물건 주문해서 팔 거면, 음식점 하면서 본인들이 직접해도 될 걸 뭐하러 저희에게 그런 기횔 주겠어요.

형님은, 그래도 우리 사정이 딱한걸 아니까 어떻게든 남편을 설득해서 우리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저녁늦게 걸려온 전화에, 둘이 싸웠는지 형님 목소리가 너무 안 좋고, 저희에게 6개월만 하면 안 되겠냐고...
그말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에게 그냥 하지 말란소리 같아서 포기하겠다고 했어요. 6개월동안 많이 벌 수 있을진 몰라도, 그것때문에 제가 과연 회사까지 포기해야 하나 싶어서...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자기 남편과 싸워가면서까지 우리에게 기회를 준 형님 대하기가 죄송하기도 하고, 그런 매형얼굴을 6개월 동안 보면서 장사를 한다는 것도 그렇고, 꼭 그렇게까지 하면서 살고싶다는 생각은 안 들고...

제가 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봐요. 정말로 제 사정이 급하다면 이것저것 눈치볼 것 없이 무조건 시작해야 하는 걸텐데...

며칠동안 꿈에 부풀어서 지내던게 허무하기도 하고, 동생 좀 도와주려고 애 쓰시던 형님이, 같은 누나의 입장에서(저도 남동생이 있거든요) 안쓰럽기도 하고, 사실 매형이 좀 원망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그분 입장에선 당연히 그랬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 어쨌거나 이 모든게 우리에게 없는 돈 때문이라는 생각에 새삼 서럽고 우울해지네요.

저에게 언젠가 좋은날이 오면, 오늘의 일도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었음해요. 지금은 눈물이 나지만...

요즘 이곳이 예민해진 것 같은데 혹시 제 글 읽고, 형님내외가 당연한 일 하신건데 제가 뻔뻔스럽게 제입장만 생각하고 원망한다는 그런류의 질타의 리플은 달지 말아 주세요. 저도 이미 다 알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