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친정 할아버지 제사가 있어서 남편과 다녀왔습니다
가기 전에
우리도 성의표시를 해야하지 않겠냐며 남편에게 물어봤더니
요즘 우리 형편이 안좋으니 잘살게 되면 그때 돈쓰기로 하고
당분간은 그냥 다니자고 하더군요
우리가 결혼한 후 처음 맞는 친정 제사이기도 하거니와
매번 오빠나 언니부부들은 얼마씩이라도 거르지 않고
엄마께 드리는 것을 알고 있던지라(저는 막내)
남편에게 그런 친정 분위기 얘기를 해줬죠
그랬더니
돈 많은 언니,오빠네랑 어떻게 비교를 하느냐며
우리는 형편껏 그냥 가자고 하더군요
(친정 형제들에 비하면 우린 가난한 거지만 남편 연봉이 3000은 넘습니다)
마침 그 날 낮에 생각지도 않은 거금을 써야만 했던 일도 있고해서
더 이상 조르지 않고 맨손으로 참석했습니다
제사가 끝난 후
남편은 야근을 하러 회사에 가고 저는 엄마를 도와드린다는 핑계로
친정에서 자게 되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야근을 마친 남편이 저를 데릴러 친정에 왔고
함께 아침식사를 한뒤 우리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예상대로 엄마는 이것저것을 바리바리 싸서는 들려보내셨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남편은 아주 흡족해 하는 표정이었구요...
(평소에도 친정에서 엄청나게 얻어다 먹고 지냄)
하룻밤 친정엄마와 자면서
성의표시를 못한게 너무 마음에 걸려서
행여나 막내 사위한테 섭섭한 마음 가지실까봐
나름대로는 변명을 해드리긴 했습니다
시댁에는 제사가 없다보니 잘 모르는거 같다고...
그런데!
어제 남편의 신용카드 청구서가 날아왔는데요
사용내역서를 살펴보다가 너무 기가 막혔어요
친정 할아버지 제삿날로부터 열흘 전쯤에
남편 혼자서 시댁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시댁이 너무 멀어 입덧때문에 저는 못가고)
거기서 시댁 식구들이랑 카드를 마구 사용한 거였어요
아무리 몸이 안좋다지만 며느리된 도리로 함께 못가는게 죄스러워서
내 딴엔 꽤 많은 돈을 새돈으로 바꿔다가 예쁜 봉투에 넣어 남편 손에 들려보냈건만
그것도 부족해서 백화점에 가서는 자기 엄마 옷사드리고
자기 형제들 옷사주고 밥 사주느라 열심히 카드 긁었더군요
아무리 시댁형편이 친정에 비해 어렵다고는 해도 정말 섭섭하더군요
얼마하는 액수가 중요한게 아니라 말그대로 성의문제 아닌가요?
난
더도 덜도 말고 딱 5만원만 친정에 성의표시 하고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