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님이 서울 병원에 입원을 하셨드랬습니다.
금요일 오후에 다녀왔고, 내일 다시 갈 생각으로 있었습니다.
여기서 병원으로 가려면 버스타고 전철타고 두시간 가야합니다.
남편에게는 동생이 둘 있습니다.
토요일에는 막내동생이, 오늘은 둘째시동생이 병원에 간다길래
내일 들르면 되겠다고 생각한거지요.
그런데 아침나절 아버님이 병원에 다녀가라는 전화에 남편이
싫다고 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어머님이 다시 전화하셔서 벼락같이 역정을 내셨던
모양입니다.
애하고 씨름하느라 남편 핸드폰으로 왔다갔다 하는 내용을 알 턱이
없었지요.
맘 안좋아하는 남편 대신 총대 매기로 하고 병원에 전화했습니다.
시동생이 전화를 받더군요.
아직 병원에 있었냐는 제 물음에,
목소리는 굳어있고 하는 말마다 비꼬고...
정말 가슴이 뭔가에 할퀴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자기 형이 가기 싫다고 한 건데 왜 나한테 화를 내는 거지요?
나라도 갔어야 했다는 건가요?
그랬어야 했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내가 없으면 집안이 벌컥 뒤집히는 애를 놔두고 갈 생각도 할 수
없고, 데리고 갈 생각하니 막막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아빠도 소용없이 끝없이 우는 아이를 아빠한테만 맡길 수도 없고.
남편은 절대 안간다고 하고.
하지만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고
갑자기 억울한 생각이 들지 뭡니까?
전에, 명절에는 아침일찍 일어난 나에게 다가와서는 자기 마누라님
피곤하니까 깨우지말라고 했던 기억까지 울컥 밀려오면서
동서가 병원에 있으면 그리 화낼 일이고
내가 병원가있으면 당연한 일이라니...
남편이 날 뭐같이 아니 시동생마저 이러는 것인가 싶어
남편까지 미워집니다.
별 일 아닌데 막 화가 납니다.
서울에 일이 있어 들를 참이었다는 시동생이 병원에 좀 있어주면 안됩니까?
내일 출근해야하는 형이 두시간동안 운전했다가, 한참 막히는 시간에 다섯시간을 운전해 들어와야 하는 길을 안갔다고 동생이 저렇게 부어 있어도 되는 건가요?
시어머니에게 죄송하다는 전화해야하는데 하기가 싫습니다.
어머니가 병간호하는 것도 마음이 불편한데, 아버님의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기에 며느리들을 싫다하신것인데도,간병인을 쓰자해도 싫다하시고 이렇게 좌불안석인데...
그런 죄송한 마음이 이제는 서운한 마음으로 바뀝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전 절대로 결혼하지 않았을 겁니다.
제 발등을 제 스스로 찍은 것인데, 누굴 탓하겠습니까.
그래서 더욱 제자신이 밉고 용서가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