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0년이 되어가는군요.
권태기라 하기엔 너무 오래된 남편과의 심드렁한 관계.
신혼때부터 남편은 와이프 보기를 돌같이 했었는데,
그땐 맞벌이라 저도 피곤해서 문제 삼지 않았어요.
그사이 아이가 둘, 남들보기엔 너무도 화목해보이고
평온해 보이는 가정을 이루고 살지만....
나는 자문해봅니다. 왜 사냐고.
항상 일, 친구, 사회적인 성공에 혈안이 되어있는 남편,
그덕에 남보기 좋을 만큼의 지위와 평균이상의 월급을
가져다 주지만, 애정이 전제되지 않았을 때 그런 조건들은
그저 허구일 뿐입니다. 어떤 사람은 저더러 고생을 안해서
배부른 소리 한다지만, 두달에 혹은 석달에 한번 그것도
제가 먼저 원해야 되고 무성의하게 5분도 채안되 끝내버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샤워하러 달려가는 남편의 뒷모습이
이젠 더이상 보고싶지 않습니다.
노력... 대화로 해결... 양보...
항상 내가 먼저 대화를 시도하고, 나만 노력하고, 나만 양보
하면 뭐하나요. 변하지 않는 상황에 지쳐갈 뿐인데.
한동안은 의무만 가득차고 애정도, 어떤 기대도 없는
내 인생의 무게에 눌려 죽을거 같았습니다. 심한 우울증에
베란다에 서면 뛰어내리고 싶고, 다정한 커플을 보면 돌맹이로
내리치고 싶을 정도로....
살면서 기댈 언덕이 없다는 느낌은 결국 세상에 나 혼자뿐이라는
자괴감으로 남습니다. 일년에 한두번 급한 일로 잠깐 아이 맡기
는 일조차 부담스러운 시댁, 4시간 거리의 친정과 여전히 자기
일로 바쁜 친정 엄마... 몸 힘들고 마음 힘들 때, 나는 위로
받을 곳이 없었습니다.
이젠 마음을 비웠습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잘 해보고자
애정을 구걸하는 일. 저 관두었습니다. 단지 부부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근원적으로 애정이 없는 남편을 보며
이혼도 심각하게 생각했지만,
책임감 강하고 보수적인 저는, 살면서 단 한번도 부모님
기대에 어긋난 적 없었던 저는.... 아이들 얼굴 보며 그냥
이대로 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돌 맞을 일입니다. 잊고있었던 첫사랑에게서
연락이 왔고.... 두달에 한번 정도 만나기도 합니다.
사랑, 불륜, 뭐라 이름 붙여도 정당화 될 수 없고,
미친 짓인 줄 아는데...
아무일 없는 듯 여전히 아이들 키우기에 전념하고,
남편에게도 소홀함 없이 지냅니다.
정말 뭐하는 짓인지.... 주차선 없는 곳엔 차도 못 댈 만큼
결벽증에 바른생활 주부임을 자처하던 내가....
요즘은 머릿속이 그저 하얗게 비워져만 가는 기분입니다.
그냥 이대로 살아도 되나요....
정말 사랑한다면 떳떳하게 이혼하고 나서 얘기하라 하겠죠.
육체적인 관계는 없었지만, 누구에겐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하나로 이젠 죽고싶다는 생각은 안합니다.
이걸 변명이라고... 이걸 핑계라고...
나 자신이 한심하네요.
아이들 초롱초롱한 눈빛보며,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나의 선택 - 남편을 배우자로 선택한 - 에 대해 가슴만
후려칩니다.....
이렇게 추한 인생을 살게 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