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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내 여동생아, 너는 독신의 삶이 어떻겠니.


BY 전업 2002-08-15

나 결혼전에는 잘 나갔다.
날씬하고 예쁜 얼굴, 디자이너라는 여성으로서 괜찮은 직업.
좋은 집안 환경. 훌륭한 부모님 아래서 세상 두려울 것 없이
결혼하면(우리 부모님처럼) 모두가 행복하기만 한걸줄로 알았다.
좋은신랑 만나서 결혼해보니 그게 아니더라.
결혼하고 전업주부가 되었다.
남편이 일이 힘든 의사라서 내조를 잘해야 한다고 시부모의
강요에 못이겨 그만둔 내 직장.
결국 나는 아들의 수발을 들어주는 종에 불과했던가.

시부모는 아들보다 며느리한테 요구하는게 더 많다.
아들한테 요구 안하던 것들을 너무 많이 요구한다.
친정부모님 한술 더 떠서 시부모에 효도하라신다.
내가 조금이라도 엇나갈라치면 친정부모님이 애가 타신다.
또 신랑은 내가 자기부모를 왜 싫어하는지 이해를 못한다.

내 동생아 너는 결혼하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다.
너는 학교선생님이라는 좋은직업을 갖고 있으니
나처럼 결혼해서 정신적인 고통으로 얼룩진 삶을 살지말고,
당당하게 혼자서 가라.
나 지금이라도 남편과 시댁이라는 굴레로부터 독립하여
혼자 가고 싶지만, 이 또한 쉽지가 않구나.

내 귀한 동생아, 너는 너를 이해해주는 정말로 확률상 몇 안되는
여성의 존엄성을 인정해주는 훌륭한 남편을 만나거나
그렇지 못하면 독신으로 사는게 어떻겠니.
언니는 요즘 날마다 눈물로 범벅이 되어 살고 있다.
내가 아끼는 너는 이렇게 살게 내버려둘수가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