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며느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명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외국사람들이 보면 정말 대단한 민족이다 싶겠죠.
지구상에 이런나라는 또 없을겝니다.
꼬박 하루가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차안에서 지친 아이들이 울고불고 짜증을 내도,
화장실을 못 찾아 참다참다 오줌보가 터질지경이어도,
밤잠못자고 운전을 하며 꾸벅꾸벅 졸더라도,
운전을 하다하다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도
우리는 민족 대이동을 합니다.
피곤해 얼굴은 허여멀건해지고, 갓길에 노상방뇨를 하고
우는 아이에게 윽박지르며 우리는 갑니다.
도착하면 "오느라 수고했다" 내지는 "그러게 일찍 오지 그랬냐"는 말을 뒤로한채,
옷부터 갈아입고 주방으로 종종 걸음을 합니다.
지금 들어가 언제 나올지 모를 주방으로...
머리, 손, 발이 바빠집니다.
중간중간 거실에서 뭔가 요구해옵니다.
텔레비젼보고 화투장보느라 정신없는분들을 위해
네, 네. 심부름도 무진장 잘합니다.
화투치느라 팔이 아플터인데 그래도 안마하라는 심부름은 안시키십니다.
씻고 지지고 볶고 옆에 걸려있는 주방수건은 다 젖어갑니다.
명절날 꼭두새벽 눈비비고 일어납니다.
곁에 있던 남편, 안쓰러운 맘에 조금만 더 자라고 합니다.
남편마음,내마음 너무 잘통합니다. 그치만 누구 약올립니까.
내가 더 자면 그 뒷감당도 해준답니까.
왕족들은 아무도 주방에 얼씬 안합니다. 절대.
목이 마르시면 아무리 바빠도 예쁘게 쟁반을 받쳐서
두손으로 다소곳이 물을 떠다드려야죠.
자고 일어나 꽃단장하고 나오실때까지 아침수라상을 준비해야하는데
너무 너무 바쁩니다.
도와줄 사람이라곤 나의 사랑하는 딸밖에 없습니다.
고사리같은 손으로 수저를 주욱 즐어놓고 흐뭇한 표정을 합니다.
그치만 난 더 이상 요구하지 않습니다.
딸입니다. 앞날이 보이는데 어찌 더 이상 시키겠습니까.
한상 차려놓고나면 그때부터 젓가락가는대로 평을 내립니다.
이건 싱겁고 이건 짜고 이건 국물이 너무 없고.....
품평회 결과는 매번 듣는 소리 그대로입니다.
젠장, 지들이 해보던지.
음식을 만들며 이것 저것 맛본거, 그거로 아침 때웠다 생각하고
수저를 내려놓고 물이나 가질러 갑니다.
그러고도 밥들은 뚝딱 잘 먹어치웁니다.
이제부터는 오로지 빨리치우고 친정으로 간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더 열심히, 빠르고 신속하게 일을 처리합니다.
시댁의 일가 친척을 찾아다니며 인사하고 명절선물을 드리는 일도
빼놓치않습니다.
시누들이 오는걸 보고 친정으로 가라십니다. 사양하겠습니다.
시누들 친정에 오는것처럼 나도 친정가야하고
시어머니 딸 기다리는 것처럼 우리 엄마도 딸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도 우리 엄마, 아빠한테 가서 두다리 쭈욱 뻗고 누워 뒹굴뒹굴도 하고
준비해놓은 명절 선물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뒷통수가 따갑고 귀가 간지러워도 꿋꿋하게 친정으로 갑니다.
하룻밤 자고 날이 새기가 무섭게 전화가 옵니다.
몇시인데 여태 출발안하고 있냐고 닥달을 하십니다.
친정에 가서 하루 자고 일어났는데 그렇게 전화를 하고 싶은지.
아마도 아들, 며느리가 꽤나 사랑스러우신가봅니다.
그렇지만 고생하고 왔을 딸을 위해 우리 엄마 맛난거 준비하고 계시는데
가긴 어딜 갑니까.
아침 점심 맛나게 먹고 내 집을 향해 출발하렵니다,
결혼하고나면 누구집 귀신이라는둥, 웃긴소리들 하지말라고하십시오,
호적하나 파온거 가지고 말잘듣는 로봇 하나 들여온거로 착각들 하나봅니다.
난 며느리이기전에 내 부모님의 소중한 딸입니다.
나도 인간인지라 귀소본능이 있는데 내 어찌 친정으로 발길이 안가겠습니까.
내 똥, 오줌 다가려가며 키워준 부모를 나몰라라 하는건
아무리 사리분별없고 무식한 사람이라도 그러지는 않을겝니다.
돌아오는 명절에는 친정에 있는 올케들을 그녀들의 친정으로 보냅시다.
며느리도 며느리의 권리를 찾고
사위도 사위로써의 기본적인 예의는 갖출수있도록 기회를 줍시다.
내 아이들을 보며 많은 생각이 스쳐 글을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