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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바보인가봐요?


BY 미련곰탱이 2002-12-17

요즘 사회적으로 불륜이 무슨 병처럼 유행하고 있읍니다.
모두가 비정상적인 사랑을 하고 있지만 그들을 탓하기 보다는 나도 저런 사랑을 한번쯤 경험해 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란 생각이 드는건 왜 일가요?
사실 전 얼마전 까지 대학병원에 장기입원해 있던 암 환자 였답니다.
지금은 항암치료를 다 받고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있는 처지랍니다.
그런데 왜 이런 얘기를 하냐고 묻고 싶겠죠?
그러게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을땐 아무런 의식도 없어서 의료진들도 고개를 흔들었으며 가족들도 마음을 비워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10일 동안 아무런 의식도 없던 사람이 한 순간 긴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헛소리를 하면서 의식이 깨어나는 나를 보면서 가족들이나 의료진들이 얼마나 기뻐했겠습니까?
그런나를 올3월부터 지켜봐 주던 내 남편과 가족들을 전 지금 버리려고 하고 있어요.
병원생활을 3개월동안 하면서 삶에 회의를 느꼈죠.
내가 33년을 살아오면서 무슨 크나큰 죄를 지었길래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걸까?
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지 못하고 이렇듯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보내야 할까?
병원에 있는 동안 많은 환자들의 삶을 어깨너머로 들여다 보면서 그들에게도 많은 아픔이 있구나......허나 지금의 나보다 힘들진 않을거야. 그런생각만이 들었답니다.
난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욕창까지 생겼지요.
보통 엉덩이 부분만 생긴다는데 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머리와 발뒷굼치까지 생겨서 치료 받는동안 너무 고통 스러운 시간을 보냈어요.
욕창은 아직 특별한 치료약이 없기에 소독을 깨끗하게 해주고 균이 들어가지 않게 해 주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후에 엉덩이 부분은 피부이식을 했고 머리부분엔 봉합수술을 했어요.
그리고 나서 항암치료도 받았구요.
이 모든것을 하는 동안 너무 힘들었기에 전 살았다는것에 감사하는 마음보다 산 것에 대한 원망을 더 많이 했지요.
허벅지엔 손바닥 만한 흉터가 생겼고 머리엔 우리나라 지도 모양의 빈 공간이 생겼답니다. 그것도 아주 크게...
여자로서 감당하기 힘든 부분 이겠죠?
그런 나에게 정말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온 사람이 있었어요.
시작이야 어떻게 되었든 그사람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 또한 이제 나 없인 살아갈 자신이 없다고 합니다.
결국은 내가 병들어 죽어갈때 지켜 주었던 내 남편 곁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은거죠.
남편 또한 나 없인 살아갈 자신이 없다고 말했지만 나에게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것을 묵인하고 살아 간다는건 서로에게 너무나 큰 상처가 아닐런지....
그래서 지금은 남편과 별거를 하고 있답니다.
이것이 내가 선택한 길이지만 아직까지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아직 건강이 회복된 상태가 아니기에 아이들은 키울수가 없다고 했는데 남편은 그런 나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훌쩍 떠나 버렸읍니다.
내가 원망스럽고 미워서 그렇게 했겠지요.
사실 난 시댁 문제에 있어서 아주 예민하게 받아 들이는 부분들이 있었거든요.
시어머니는 아들에게 받는걸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시는 분이죠.
생활이 너무 궁핍하다 보니 염치고 뭐고 그런걸 생각하지 못해서 그럴수도 있다지만 저로선 그런 어머니가 미울수 밖에요.....
장남으로서 시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각별했지만 실질적으로 아무런 도움을 줄 수가 없었기에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왔던건 사실 이랍니다.
나도 아이들을 둘이나 키우는 입장에서 어떻게든 빨리 자리를 잡고 싶은 마음을 가졌지만 내가 병들고 이리 저리 돈을 쓰다 보니 무척 힘이 들었어요.
그래서 더욱 이 가정으로 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지금에 와서 내가 무슨 말을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아마도 모두가 나에게 핑계를 대고 있다고 말할 거에요.
항암치료를 받고 나선 한동안 무척 힘이 드는데 그때마다 정말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야 하나 하는 생각만이 나의 뇌리를 스쳐더군요.
아무도 나의 아픔을 대신해 줄 수가 없지만 점차적으로 무뎌지는 가족들을 보면서 많이 서럽고 우울해 졌는데 그때 이사람을 알게 되었어요.
처음엔 내가 병들어 있는 몸이라고 하니까 동정심에서 친근감있게 대해 주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도 모르게 나에게 빠져 들었다고 했읍니다.
나또한 순식간에 감정변화가 생겼기에 마음을 추스릴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어요.
결과적으론 내 가정을 포기하게 되었지만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된
내 자신이 미울 따름이고 나로인해 너무 힘들어 하는 남편에게 정말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입니다.
9년 동안 살아온 남편을 사랑했었고 이젠 남편의 삶에 행운이 깃들길 바랄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