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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앞두고 있다는 님께 드리는 글입니다..


BY 이혼선배 2002-12-29

앞에 올리신 글 보고 이곳에 올립니다.
이혼하려는데 시댁에 인사를 해야하나...는 문제였지요..

말이좋아 이혼이고
남들 보기에 그저...다들 그렇게들 산다하지만
이혼까지 할때의 그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어찌 다 말로 하겠습니까마는..

저는 결혼생활 5년만이 이혼...
맘에 안들어 결혼식이고 애 돌잔치고 참석안한 시어른들께
일일이 인사드렸습니다.

신랑 미운데 시댁이 고울리없고
아무리 며느리 마음 안다는 시어머니도
결국 돌아서는 며느리 곱다 할 양반 안계신거 저도 압니다.

층층히 손가락으로 셀 정도로 많은 시누이들과
아..생각만 해도..머리가 절레 절레 해 집니다.


그러나 님...
사람이 ...자식키우면서....

내 부모 두고 살면서
까짓거..인사 한마디...죽었다 생각하고 잠깐 들어갔다 나오는거
길게 보면 그리 어려운일 아닙니다.

님 원글에 리플다신 님들의
"인사는 무슨 인사야? 남남인데..."라는 마음을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저도 백번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러나...어찌보면...그 어른들도...남편도..님도..
다 불쌍하고..맞지않는 인연들로 가슴앓이 한 사람들 아닐까요..

저는 전남편 잘때 팔다리 묶어놓고 식칼 까지 들어본 여자입니다.
살인이라는거..
정말...따로 살인자가 있는게 아니라는거 그 때 알았습니다.
아..
사람이...사람 죽이는거..이렇게 순간적인거구나...하구요.

부모가 이혼을 해도
자식은 또 그 집과 연을 끊을수 없을겁니다.

저는 이혼후 몇년동안 우리 아이와 친가간의 왕래에 대해
수없이 고민해왔습니다만
냉정히 보면..친가에서도 손주 볼 권리 있는겁니다.

내 자식이 옛날 시댁에 들락거리며 나쁜소리라도 들었을때
그 아이가 받을 상처들...
그것은 곧 그 아이에게 미래가 됩니다.

저는 아이에게 항상...친조부모와 아빠..고모.삼촌에 대한
좋은 얘기만 합니다.
(도를 닦아야 하는 일이지요...)

그 말이 ..친가에 간 아이의 입을 통해 그 쪽식구들에게 전해지고
그것이 몇년동안 이어지면서..
우리아이와 친가간의 관계는 너무나 따스합니다.

우리 아이 먹이라고 마른반찬 같은걸 아이편에 싸서
들려보내오기도 하지요.

만약 이혼할때 언제 그랬냐는듯이 등돌리고 왔다면
우리 아이..그렇게 자라지 못할것입니다.

친가가 있는지...아빠네 가족구성원이 어떻게 되는지..
얼마나 막연할까요.

아이 아빠에 대한 얘기 하고싶지 않지만...
정말 제 가슴에 피멍이 들다못해...한으로 남아 ..힘들게 한..
사람입니다만..
스스로 그렇게 위로하곤 합니다.

미움보다...내 아이 에 대한 사랑이 더 큰데...까짓거...
내 자식 커가는데....인사정도야..쉽지...싶어서요..

이혼하러 온 며느리 달가워할 시어른이 어디있겠습니까마는
님도 친정가족이 있고....
이왕 가족으로 인연맺고 살았던 거..
인사라도 하고...
그들이 상식이 통하든 안 통하든..내 할도리 다 하고 나오면
결국..님의 가슴이 편안할 것임을..
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끝까지 잘 살지못해 죄송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오래 오래 건강하게 잘 사세요....

이 몇 마디 하고...욕을 먹든..매를 맞든..
그렇게 하세요..

사람 앞날은 모르는거라는거..잘 알고 계시지요..

세상 혼자 사는거 아니고..살다가 무슨일 있을지 모릅니다.

저는 지금도 아이가 친가쪽에 다니러 가면
직접 전 시어머니와 통화를 합니다.

애가 열이 있으니..언제 언제 약 한번 먹여주세요.
삼겹살을 잘 먹습니다.
책가방에 숙제 있으니..마무리 해서 보내도록 봐 주세요..등등.


어머니야 늘 아쉬워하시지만.
당신아들이 어떤 사람인지 아시니까
이렇게 자식 잘 키워주는것만도 고맙다 하시대요.

그것이...이혼할때 마무리....와 무관하지않다는것....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많이 힘든 상황이라는거..잘 압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힘들수 있음을....각오하셔야 합니다.

하지만..또 세상은 남자없이도..남편없이도
더 당당하고 멋지게 살아낼 기회도 있음을....
님..잊지 마세요.

별볼일 없는 이혼녀가..선배랍시고 몇마디 올립니다.

다른 분들의 악플은..사양합니다.

남의 인생에 대해 쉽게 얘기하는거...너무 큰 상처예요.
저 또한 제가 뱉은 말한마디로 상처받는 분
안계시길 바랍니다.

이땅의 모든 주부여러분...아내 여러분....이혼녀 여러분..
엄마 여러분...

정말....행복해 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런...나 너무 속상해..코너 말고
나 너무 행복해....같은 코너가 매일 매일 조회수가 올라가고
서로 칭찬해주고..서로 부러워하되 시샘하지않는
그런 세상은..
정말 여자들에게..없는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