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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하고 싶어요" 쓰신 "혼란"님 보세요.


BY 라이락 2003-04-20


님의 글을 읽으며 그동안 잊고 지내던 저의 지난 결혼 시절이
생각나서 몇자 적습니다.

우리 남편도 그런 비슷한 남자였지요.
찢어지게 가난하고 가족도 콩가루 집안이어서

생부와는 어려서 생이별하고 성격 괴상한 시엄니랑 둘이
살다 시피 하면서 겨우 고등학교 마치고 직장은 소위 1류 직장에

취직을 해서 다니면서 중매로 저를 만났습니다.
우리 친정은 끼니 걱정은 안하고 살았지만 부유한 편은 아니었기에 혼수도 초라했고
저도 촌티나는 무지랭이 같은 여자 였지요.

아마 자신이 너무나 가진것이 없었기에 나 같은 여자를 선택했을 겁니다.

결혼하고 살다 보니 자기 신분에 나 같은 여자를 만난게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참 많이도 나를 무시했고

따듯한 말 한마디는 고사하고 폭력은 없었지만 정신적인
학대를 너무나 심하게 당해서 제가 우울증에 걸려서

남들은 깨가 쏟아지는 결혼생활이라지만 지겨웠다는 기억밖엔 없습니다.
차라리 뭐가 잘못됐다며 지적을 하며 때렸을면 좋았을텐데

그렇게는 못하고 반찬 투정으로 트집을 잡으며 저를 괴롭혔지요.
나중엔 미칠것 같아서 정신과에 간 적도 있습니다.

첫아이 가져서 낼모레가 산달인데도 나가라고 내 쫏고 문을 잠가서
밤하늘의 별을 보며 서럽게 울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친정이 가깝게만 살지 않았다면 그 당시 소리없이 사라지고 싶었지만
동네엔 사위 잘 얻었다고 소문났는데 친정 부모님 체면을

생각해서 참고 참으며 살았읍니다.
경제적인 능력도 없었고 내 수중에 내 돈도 없었고요.

그러다가 저의 친정에서 농사 짓던 땅이 비싼 값에 팔려서
저에게도 상당한 액수의 돈을 친정에서 주더군요.

아마도 저의 결혼 생활에서 얼굴에 웃음이 일기 시작한것도 그 때쯤인것 같습니다.

그 때부터 남편의 태도가 달라졌거든요.
그러면서 제가 욕심이 많아서 살림을 알뜰히 해서 저축도 하고

생활이 안정이 되면서 책도 가까이 하면서 나 자신이
변하고 나이가 들면서 남들이 보기에도 좀 괜찮은 인상의
아줌마가 되어 가다 보니 이젠 남편도 나를 무시하지 않지요.

지금은 아예 맘에 드는 남자 있으면 만나도 좋다는 허락까지
한 상태고 모든것을 제 맘데로 할수 있답니다.

자신도 지난 날 나에게 너무나 잘못한게 많다는걸 느끼는지
지금은 너무나 끔찍스럽게 잘해줘서 오히려 지겨울 정도인데 남편이 아무리 잘해줘도

가끔씩 지난날 남편이 나에게 했던 일들이 생각납니다.
항상 나를 나가라,왜 내 옆에 붙어 살고 있냐는둥 그런 소리를
들을때마다 아이들을 생각해서 참고 아이들만 자라면

열심히 모은 돈을 몽땅 갖고 아이들과 함께 사라지리라
그렇게 복수를 해 줄거다 하며

맹세하며 살았던 그 맹세를 잊고 남편과 히히덕 거리며
살고 있는 나 자신이 푼수가 아닌가 싶을 때도 있어요.
아무리 웃어도 속 마음은 지난 그런 일들이 용서가 안됩니다.

혼란님께 조언을 드리자면 참고 살다 보니 이런 세월도 오더군요.
남편이 그러거나 말거나 속으로 나중에 두고 보자 하고 벼르시고

아이들 뒷바라지 열심히 하셔서 건강하고 똑똑하게 키우시고
살림도 알뜰히 하면 언젠가는 그런 노고를 알아 주는 날이 올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