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시댁엘 갔었다. 남편은 상가집에 다녀와서 너무 피곤해 집에 있었고, 애들 둘과 나만 다녀왔다. 이번 휴가는 시댁식구들과 함께 간다. 이렇게 시댁식구들과 휴가를 보내는 건 첨이다. 그것도 제주도로... 시엄니 환갑을 기념해서 그동안 모아놓은 돈으로 다같이 가기로 했다. 시아버지가 남편 핸드폰으로 전활 해서 "니 엄마 옷이 없으니 옷 좀 사드려라"했단다.
그래서 기회를 봐서 사드리려고 하던 차였는데, 시엄니랑 통화 하던중에
시누이가 백화점 가서 시엄니 옷을 사준걸 알았다. 시누한테 전화해서 "안그래도 옷 사드릴려구 맘 먹었는데, 그렇게 말도 안하고 사드리면 내가 미안하잖아 "했더니 신경쓰지 말라고 한다. 걍 딸로서 엄마에게 옷 한벌 사드리고 싶어서 샀으니 너무 부담느끼지 말라고...
난 우리 시누같이 착한 사람 별로 없는 것 같다. 뒤에서 딴 소리만 안한다면...
니가 엄마 옷 사드렸으니까 그럼 내가 아버지 뭐 사드려야 겠네? 했더니
아버지는 워낙 까다로우니까 그냥 돈으로 드리라고 했다.
없어도 시댁에다가 죽는 소리 하기 싫다. 그래서 우리가 돈으로 20만원 드리마 했다.
사실 그돈도 서비스 받아서 드려야 할 형편이었다.
어제 시댁에 가서 시누가 어머니께 사드렸다는 옷을 봤다.
백화점 세일 기간에 샀는데도, 니트 티셔스가 이십몇만원, 또 아래위로 한벌 해서 이십몇만원해서 한 50만원 어치 사드린 것 같다. 내 손에 들려있는 20만원 봉투가 무색하게 시리...
그래도 난 떳떳했다. 내 형편껏 하면 되는 거니까..
어머니께 돈 봉투를 내밀었다. 너희도 없는 형편 뻔히 아는데 뭘 이런걸 하느냐고 말씀하신다. 난 이세상에서 울 시엄니처럼 착한 어른을 본 적이 없다. 우리 귀찮을까봐, 찾아 오는일은 커녕 전화도 잘 안하신다. 우리 쉬는데 방해 될까봐...
우리 시엄니껜 뭘 해드려도 아깝지가 않다. 돈 삼만원을 손에 쥐어드려도 너무 고마워 어쩔줄 몰라하시는 분이다. 평생 고생하신 불쌍한 시엄니..
다른집은 시엄니와 고부간 갈등이라고 하지만 내 경우는 다르다.
시아버지와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가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어제 그 돈 봉투를 본 시아버지 고맙다는 말은 커녕 만져보지도 않고, 그냥 밖으로 나가셨다.
화가 나셨기 때문이다. 난 귀한 아들 외아들의 외며느리이다.
울 시부는 아들에 대한 집착이 엄청나다.
신혼초에 울남편 몸살이 났었는데, 주전자에 생강까지 싸들고 와서 손수 끓여주었다.
올해로 결혼 6년차인데, 작년에 시댁과 합치는 문제로 남편과 엄청싸웠다.
부모님 아니 아버님이 저렇게 같이 살길 원하는데 내가 반대해서 못살게 됐으니..
아버지랑 인연끊고, 나랑도 이혼하고 싶다고 집도 나갔었다.
아버지의 잔소리에 잔소리 자기도 그런 아버지의 성격이 이해 안되고 싫으면서, 그놈의 아들된 도리가 뭐길래...
울 남편 그렇게 효자는 아니다. 부모님 말이라면 깜박 죽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서로가 좋은게 좋은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다.
난 남편에 대해선 불만이 없다. 근데 시댁과의 문제가 불거지면 늘 싸움으로 이어진다.
작년엔 나만 혼자 못된 며느리 되고 합가하는 걸 2년뒤로 미뤄졌다.
드디어 그2년째가 다가오고 있는 거다. 나 생각해 보면 그렇게 못된 며느리 같진 않다
그래도 할려구 노력한다. 한달에 많으면 3번 아님 한달에 한번이라도 찾아뵙고,
형편이 좋지 않아 생활비는 드리지 못하고 산다. 다행히도 시부모 두분 다 일을하고 계신다.
만약 이번에도 합치는 걸 반대하면, 집이고 뭐고 다 팔아버리신단다. 그러면 너희는 평생 집못살거라면서 약간은 협박식이다.
결혼전 부터 나한테 이런 말씀 하셨다. 너희가 나한테 잘 하면 집을 줄 것이고 못하면 집이고 뭐고 없다. 내년에 이천오백은 더 보태야 시댁에 전세 빼고 들어갈수 있는데, 우리한텐 너무나 벅찬돈이다. 근데, 울 시부는 우리가 무슨 큰 돈을 가지고 있는 듯이 말씀하신다.
하긴 결혼전에 시누가 엄청많은 돈을 모아서 시집갔으니 나도 그런줄 아시는 건가?
난 창피한 얘기지만, 별로 돈 못모으고 결혼했다. 근근히 시집만 왔을뿐...
다른건 몰라도 난 시아버지의 잔소리에 이어지는 잔소리, 애들에 대한 간섭(사탕주지말아라, 콜라주지말아라, 그림 잘그리는 우리 딸애에게 그림그리면 먹고살기 힘들고 돈 많이든다.
학교들어가면 크레파스 싹 다 버리고 연필가지고 놀아라. 등등등) 사사건건, 간섭이고 잔소리다. 그렇다고 내가 싹싹하고 눈치껏 하느냐 그건아닌것 같다. 여우보다는 곰에 가깝다.
싫으면 싫은 내색하고, 너무화나면, 시부에게도 참지 못한다는 걸 안다.
지금까지는 잘 참았다. 확 덤비고 싶은 마음 간신히 참으면서...
하지만 같이 살게 되면,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살지 못한다는 걸 난 잘 안다.
그럼 우리 시부 길길이 뛰며, 나에게 갖은 소리 다 해대겠지?
아! 지금 내 머릿속은 너무나 혼란스럽다.
그런 시아버지와 같이 살려니 지금부터도 심란하다.
울 남편 그런 시아버지 성격 알기때문에, 같이 산다고 하면 너무나 고마워 하고 나한테
잘할걸 아는데도 내 마음이 결정이 안된다.
모든 결정권이 아버지에게 있기땜에 지금까지 살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데
난 어쩜 좋을까?
주위에선 순리대로 따르라고 한다. 순리대로 따라서 생기는 내 홧병 내 울화통은 어찌하라고..
어제도 같이 합치지 않겠다는 말을 간접적으로 비쳤는데, 대번에 집팔아치우시겠단다.
너흰 한푼도 없다 이거겠지 그깟것 바라지도 않는다. 집 한채가 전 재산인분 그게 엄청 크게 느껴지시는 모양이다.
시엄니를 봐서 살아봐야 할까? 아님 결과가 뻔히 보이는 그 시댁으로 들어가 살아야 할까?
며느리로 사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들까? 결혼 시켰으면 그냥 둘이 아들 딸 낳고 잘 살게 지켜봐 주시면 안되는 걸까? 비도 오는데 맘이 심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