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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


BY 나나 2003-10-10

가을은 참 사치스러운 계절이다.

모르고 살아도 좋을 것들을 자꾸만 떠오르게 한다.

 

오늘 오후에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곧 복직을 할때다.

난 눈망울이 까만 아장거리는 딸아이를 위해 기꺼이 직장을 포기할 생각이었다.

유일한 내 핏줄인 그 아이를 위해서...

 

그런데,오늘도 남편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여기 와서 여기 저기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어보면서,아..남들도 다 이렇구나 싶다가도 화가 난다.

나는 이제 스물여섯이다.결혼은 2년 반이 지나가고 있다.

작년 올해.....잠자리는 토탈 5번이 안된다.

하하.....유치하지만, 언제 언제인지 기억할정도로 너무 심하다.

작년 11월 이후 올해 6월..그리고 9월.....그것도 남편이 하고 싶어서 일때..번갯불에 콩구워먹듯 헤치우고 코를 골며 바로 잠이 드는 남편을 보면 너무도 치욕스럽고 화가 치민다.

올해는 남편이 외박도 했다.뚜렷한 알리바이도 변명도 없다.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답답하게 사는건.........

딸아이에게 아픈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이다.

만약,,이혼을 하더라도.....그 아이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그리고 나의 마음을 잘 설명할수 있는 적어도 일고여덟살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바보같은 계산이 있기도 하다.

섹스는 사실..중요한게 아니라고 본다.

나는 사실 내 남편이 성불구자였으면 좋겠다.

차라리 체념하고..어디가서 바람은 안피우겠지..하면서 너그러운척이라도 하고 싶다.

일주일에 세네번은 술야근이다.

가족들과 함께 주말마다 병든 시아버지 문병을 지방으로 간다.

내가 그에게 있어 도대체 하숙집 아줌마 따위말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과연 그를 아직 사랑하고 있는걸까........

아님, 조금이라도 남은 사랑이 증오로 변하도록  소모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는걸까.........

컴퓨터 파일을 정리하다가 지영선의 가슴앓이를 듣고 문득 나도 모르는 곳으로 편지를 보내고 싶었다.

답답하다.

그리고.........외롭다.

정말 외롭다.

바람이라도 피우지 그러냐..너도 니 생활 찾고 삶을 즐겨라......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참 괜찮은 생각이다 하고 동조하지 못하다가도,

문득 ...그래..회사에 다시 나가야겠다.

좋은 조건이지 않냐....생긴것 멀쩡하겠다,직장반듯하겠다....이만하면 어디서 멋진  애인이라도 생기지 않겠냐...이런 생각도 든다.정말 일내고도 싶다..

내가 누군가에게 매우 소중한 존재였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넓은 어깨를 빌려서 기대고도 싶다.

그런데,

다시 놀이방에 저 어린것을 맡긴다는게 보통마음아픈게 아니다.

사실6개월전 내가 회사다닐때 느닷없이 육아휴직을 내게 한것은,놀이방에서 아이에게 수면제를 먹인 사실을 알고서였다.

까맣고 착한 눈을 깜박이는 아이에게 또 그런일이 벌어질까봐......엄마로써 너무 마음에 걸린다.

나는 엄마이기 전에 여자이다...라고 생각해도.......나는 엄마인것을어쩌랴.....

남편의 무관심과 냉대로 지쳐가는 나를 팽겨치지 말고 나를 찾아야할지...

그저 아이가 커가는 즐거움으로 모든것을 체념하고 단지 엄마로써 살아야 할지...

아마도 아기가 없는 엄마는 절대로 이해할수 없을것이다.

바보같다고...우유부단하다고도 할것이다.

이렇게 사랑스럽고 그 사랑이 이렇게나 부담스러운 존재..아이.

어떤 엄마,어떤 여자로 살아야 할지 ......

달이 기우는 새벽에 달력을 보다가 팔에 얼굴을 묻고 막 울어버렸다.

재미없는 텔레비젼을 보다가..손톱을 깎다가....막 울어버렸다...

그래도 마음이 시원하지 않은것은.....

외로움 때문이다.................

아주 뜨겁고 아픈것이 목구멍에 걸려있다.

나에게도 엄마가 분명 있었을텐데.........나도 엄마라는것이 무척 그리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