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창 밖이 한 폭의 하얀 그림이다.
하얀 그림위로 내리고 있는 눈을 바라보며 내가 감탄사를 연발하니
우리 남편 " 좋겠다. 눈 오는 게 좋아서..."
미끄러운 길을 나서서 직장에 가야하는 남편은 미리부터 걱정이 앞서나보다.
" 참! 당신 구두 안 새요?"
"새" 딱 한마디로 답을 할뿐이다.
우리 남편은 자기를 위해서는 아무 것도 안 사는 주위다.
다른 것은 내가 다 알아서 사다 주니까 별 문제가 없는 데 구두만큼은 자기가 직접 신어보고 사야하는 것이라 내가 사다 줄 수가 없었다.
부부는 다른 성격끼리 만난다더니 정말로 나와 남편과의 성격은 하늘과 땅 사이라고 해도 과장된 표현이 아닐 것이다.
나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토탈 패션을 선호하는 주의라서 신이나 옷 그리고 가방까지도 색깔을 맞춰서 들어야 길을 나서는데 비해 우리 남편은 외모에 별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내가 내어 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메면 그만일 뿐이다.
집안을 꾸미거나 화초를 가꾸는 일에도 전혀 관심이 없는 남편은 내가 귀찮아하는 금붕어는 좋아해서 어항 청소는 맡아서 열심히 하고 있다.
아무리 성격이 다르기로 소니 자기 집이 없어 끼니를 못 때우는 것도 아니고 직장이 없어 돈을 못 버는 것도 아닌데 샌 신을 걍 신고 다녀도 되는 건지...
얼마 전 인터넷 어디에서 보내온 구두 티켓을 건네주며 꼭 사 신으라고 했는데 이 사람 돈을 티켓에 적힌 돈보다 더 많이 주라 한다며 그냥 집으로 와 버렸다.
우리 남편 동네에서 사 신은 구두 값 육 만원이면 금강이나 에스콰이어 구두 값의 사 분의 일 값밖에 안 되는데 이년 전에 산 그 구두를 못 버리고 아직도 신고 다니니 현대판 스쿠르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런 사람이 버젓한 새 아파트에서 그럴싸한 직장에 다니며 딸래미 코 높이기와 이 교정하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고 투자했다면 어느 누가 믿기나 할까?
나 그래서 오늘 시어머니에게 남편 흉을 보았답니다.
왜 그렇게 꽉 막혔는지 모르겟다고요.
우리 어머니 말씀... 지 아버지도 아직까지 자기를 위해선 아무 것도 사신 게 없다고...
그래도 옛날 사람은 옛날 사람이고 시방사람은 그러면 안 되는데 성가시다고...
어디 누구 없는 가요?
우리 꼼쟁이 남편 마음 문 열어서 삐까 번쩍한 구두 사 신고 올 수 있도록 요술 좀 부려 줄 사람이요.
내가 별스럽게 코맹맹이 소리로 달래고 얼래도 안 되니 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