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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당신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BY 쟈스민 2004-05-09

 어젯밤 늦게 어머님께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아들이랑 통화가 안된다고. 언제나 아들 핸드폰해보고 안받으면 내 핸드폰 하는 어머님은 글을 모르신다. 그래서 겨우 우리 둘 핸드폰 번호만 외우시고 항상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신다.

 어버이 날인데 내려가 뵙지도 못한 어머님. 목소리에 근심이 가득하다. 아들이 전화 안받는다고. 내가 그랬다. 어머님 그 사람 지금 지하철타고 오느라 전화 못받을 거예요. 제가 집 전화도 다시 걸게요.

어머님께서 전화 하신 용건은 그거였다. 신랑이 자기 매형이랑 요즘 소원하게 지낸다는 거. 3월 달에 시댁에 내려 갔을 때 바로 옆에 사는 큰 시누네에서 저녁을 먹은 다음 매형이 우리 신랑에게 심한 소리를 해서 속상하다고 여기 글 올린적도 있듯이 그 날 이후 우리 신랑 자기누나랑 매형 전화 안받는다. 물론 전화도 안하고.

그전까지 병이 있는 누나가 불쌍하고 어머님이 그 집살림 다 살아주지만 그래도 한달에 30만원씩 생활비 주는 매형에게 우리 신랑 엄청 고마워 하면서 그 매형이랑 누나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들어주고 살았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그날 엄청 마음에 상처를 받고 생각 할 시간이 좀 필요하다며 전화 통화 하길 거부하고 있어 나 엄청 중간에서 난처한 입장이었다.

그런데 기어이 어머님께서 그러신다. 많지도 않은 형제 셋인데 왜그러냐고? 매형이 옆에서 얼마나 잘 챙기고 잘하는데 매형한테 고맙다는 전화도 안하고 서운하게 하냐고. 매형이 꼬박꼬박 생활비도 30만원씩 주는데 고마워해야지 왜 삐졌냐고.

가만히 듣고 있다가 좀 화가 나서 그랬다. 어머님 그날 밤 아주버님 하는 소리 못들으셨어요? 어머님 아들 함부로 무시하고 돈 없다고 깔보고, 심지어 영도다리에서 자살하란 소리까지 한 거 못들어셨어요? 그 순한 사람이 그 정도로 화가 났을땐 그 속이 어떨거 같으세요?

내 말에 어머님 그러셨다. 매형이 말을 좀 함부로 해서 그렇지 나쁜 뜻으로 했겠냐? 너거가 이해를 해야지. 그리고 기분이 나쁘면 말해서 풀어야지 꽁하고 있으면 안된다.

문제는 그렇게 우리 신랑에게 상처 입힌 매형은 자기의 잘못을 전혀 모른다는데 있고 옆에서 자기 신랑이 친동생에게 아무리 함부로 해도 그저 신랑편만 드는 누나에게 있는데 어머님은 자꾸 당신 아들이 먼저 굽히고 들어오길 바란신다. 순간 속에서 뭔가 울컥했다. 하지만 참았다. 갑자기 어머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에.

이제 58세이신 어머님은 작은 어촌에서 태어나 평생을 일하면서 사시느라 그 시절 국민학교도 다니 못하셨고, 성질 불 같은 시아버지께 종종 맞아 가면서 생활을 혼자 책임지고 자식 셋을 키워내셨다. 자식 다 키우고 나니 평생 헛바람만 잡으시던 아버님은 중풍으로 쓰러지셔서 그나마 있는 돈 다 까먹으시고 지금은 거의 멀짱해 지셨지만 어머님 표현에 의하면 절대로 돈벌 생각을 안하신단다.

큰딸은 일찍 결혼해 살만하니 32에 암에 걸렸고, 하나 있는 아들은 형편이 어려워 공부를 많이 시키지 못한 한으로 어머님께서 바라시는 만큼 돈을 못벌고 당신 아들보다 더 학벌좋고 집안좋은 며느리를 데려와 또 어머님을 며느리 눈치보게 만들고 막내딸은 오빠집에 얹혀 있다가 덜컥 임신을 해 또 어머니 가슴에 못을 박았다.

나는 언제나 어머님을 뵈면 안쓰럽다. 내가 뭐라지도 않는데 언제나 날 어려워하시고 내게 미안해 하시고 나 좋아서 일하는 건데 아들이 못나서 내가 일한다고 걱정하신다.

그래서 어제도 아무말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어머님 제가 잘 구슬려불게요. 서로 안 볼 사이도 아닌데 얼굴보면 다 잊어지겠죠. 걱정마세요. 했다.

우리 엄마보다 어리신데 서너살은 더 들어 보이는 어머님. 전화기 버튼 누르는 것도 너무 힘든 어머님. 모든게 다 자신 탓이라고 기죽어 미안해 하는 어머님. 그런 어머님이 어젠 너무 가여웠다. 아들내외는 일하느라 내려가지도 못하고 옆에 있는 딸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또 어머님께 짜증만 내어대고.

언제쯤 우리 어머님은 웃게 되실까? 우리 신랑이 돈을 많이 벌면 될까? 어머님 걱정이 항상 신랑 돈 못버는 거니까.

심란하다. 이 놈의 고집쟁이 신랑. 어머님께서 이렇게 속상해 하신다고 아무리 바가지를 긇어줘도 꿈쩍도 안한다. 아직은 전화 하고 싶지 않단다. 내가 전화하면 누나도 시큰둥하고 나만 중간에서 정말 죽겠다. 손주라도 안겨드리고 싶은데 아기도 안생기고 정말 심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