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아파트는 전체 베란다에 창문이 없다.
다들 아파트 앞에 떡 버티고 있는 주인집 눈치보며 조용조용 산다.
창문이 없으니 옆집 소리 다 들려서 베란다에서 나와 떠드는 사람 거의 없다.
그런데 이번 봄, 어느 날 갑자기 여지껏 비어있던 옆집 베란다에서 사람 소리가 난다.
그것도 매일 누군가와 전화를 하는 것 같다.
참 시끄럽네... 하며 아파트 앞 주차장을 보니
정말 이름도 모르는 차가 서 있다.
나중에 들어보니 몇 억은 할거라는 페라리, 벤츠, 뭐 하여간 가만 보니 외제차가 네 대나 있다. 아니 이렇게 부자가 왜 이런 아파트에 와서 시끄럽게 구나.
어느날 밤에 또 떠들어대길래 들어보니
집을 새로 짓는데, 현관, 아니 현관홀이 지금 이 아파트 거실만하다나.
거실 크기가 현관홀이라면 도대체 전체 집은 어느 정도로 큰가...
집 짓는 동안 잠시 와 있는 거였다. 잠시라서 전화를 놓지 않고 핸드폰을 사용한다.
가끔 밖에서 만나 보면 늘 예쁘게 화장하고 옷도 비싼 것만 입는 것 같고
애들 그 큰차에 태워서 유치원 왔다갔다 하고 쇼핑하고.
뭐 사는 것에 고민거리가 없어보이는 것 같이 여유있게 인사를 한다.
난 어제 샌달을 하나 사러갔다가 왠지 2만원 이상 되는 물건은 손이 떨려 살 수가 없어
그 이하에서 고르다 고르다 그냥 왔다.
결혼해서 10만원 이상 되는 옷 사 본 적이 없다. 아니 사려고 생각도 못했다.
거의 일년에 티셔츠 세벌로 버티는 것 같다. 봄가을, 여름, 겨울
집
아직 없다.
누구네 아파트가 올라서 몇 억 벌었다고 자랑하면 우리 부부 그냥 지친다.
왜 우리는 돈 빌려서라도 아파트 사놓지 못했을까
내가 너무 소심한가.
다들 돈 벌었다면서 잘쓰는 것 보면 내가 소심하고 ,
아니다, 전에 살던 방 두개 아파트 주인이 판다고 하길래 사자고 했더니
남편이 시모랑 같이 살기에 적으니까 싫다고 했다.
그 아파트 그 때 사서 지금 팔면 7-9천만원 남았다.
둘다 생각이 많아 돈 못 벌었다.
남을 탓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오늘은 우울하다.
주차장을 내려다 보니
옆집 여자 누군가에게 인사한다.
그사람 손에 들려있는 걸 보니 집 마감재 샘플이 들려있다.
아마 여러가지 보여주며 선택하라 했나보다.
우리는 언제 저런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