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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는 남편


BY 가면 2006-08-26

이런 글 처음이네요.

반대가 심했던 결혼이라 어디가서 남편 흉을 본다는 건 결국 제 얼굴에 침뱉는 것처럼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

남편은 중학교때 부모님을 잃고 혼자 힘으로 대학까지 나온 사람입니다. 이복, 동복 형제 등 복잡한 가족사에 방황할 법도 하지만 워낙 의지가 강하고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 혼자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가며 명문대를 나왔답니다.

대학 선후배로 만나 8년 연애 끝에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저희 부모님께서는 일찍 부모를 여읜 사람은 살다보면 성격상 결함이 분명히 있을거라며 완강히 반대하셨어요.

그 성격적 결함이라는 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가슴에 와 닿는 말입니다.

남편은 완벽한 사람입니다.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보기 드물게  철저한 사람이며, 아이들에게도 엄격함과 다정함을 두루 갖춘 일등 아빠입니다.  집안 일도 거의 반반 분담하며 이에 대해 어떤 생색도 불만도 없습니다.

그런데 제게는 너무나 버거운 사람입니다.

크고 작은 일들을 결정할 때 우선은 항상 저의 의견을 물어봅니다. 대부분 100% 동의라는 건 힘든 일이지요. 저는 한켠 못마땅한 면이 있어도 크게 문제가 없다싶으면 그냥 남편의 생각에 따르는 편이지요. 남편의 뜻에 따르긴 하지만 말이나 표정 등으로 어느정도의 불만을 드러내게 되지요. 싫은 마음이 어느 정도 있기에 신나는 표정으로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런데 남편은 그런 걸 못견뎌합니다. 내 감정과 표정을 항상 지적하며 분노합니다. 혼잣말처럼 내뱉는 불만조차도 남편은 자기에 대한 질책인냥 과민반응을 보입니다. 같은 불만을 두번만 하게 되면 바로 폭발을 해버립니다. 전 성격상 남편을 몰아붙이며 큰소리로 잔소리를 쏘아대질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냥 표정으로만, 한숨으로만 제 감정이 드러났을텐데.

결혼 8년이 지났군요. 부모님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똑똑한 한 여자가 이제는  남편의 눈치를 보며 감정조차도 안으로만 삭여야하는 자존심없는 못난 아줌마가 되었네요.

남편에게도 말을 합니다. 당신의 불같은 성격ㄸㅐ문에 홧병에 걸릴 것 같다고요. 남편도 항상 괴로워하고 후회합니다. 하지만 별로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요즘은 여섯살, 네살 두 아이에게도 사소한 일로 종종 폭발을 합니다. 같은 말을 두번 이상했는데도 듣지 않으면 바로 폭압적인 고함이나 매가 이어집니다. 아이들은 아ㅃㅏ를 좋아하면서도 매우 두려워합니다. 어린 아이들이 폭발하는 아빠 앞에서 눈물조차 제대로 흘리지 못할 만큼 얼어있는 걸 보면 아이가 자라면서 저와 똑같은 억압과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어릴 때부터 혼자 생활하면서 모든 걸 혼자 결정하고 실행해 온 탓이 아닌가 합니다. 제가 남편과 비슷하게 다혈질에 급한 성격이었다면 어땠을까요? 헤어지고 말았을까요? 아니면 오히려 서로 조심하며 살게 되었을까요? 내가 너무 물러 사태를 악화시킨 걸까요? 전 아주 사소한 불만을 얘기할 때에도 먼저 남편의 반응부터 예상해봅니다. 그러다가는 대부분 하려 했던 말을 주워삼켜버리지요.  가장 가까운 남편에게 편한 넋두리조차 할 수 없는 제 마음이 얼마나 갑갑한지 모릅니다.  

쓰다보니 두서가 없는 글이 되어버렸네요. 어디든 막 화를 내고 싶습니다. 막 수다를 떨고 싶습니다. 과장된 말투로 남편 흉이라도 실컷 봤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