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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BY 못하는여자 2007-04-10

나는, 노래를 못 한다.

생긴거는 노래 잘하게 생겼다. (놀게 생겼다...)

목이 짤뚱해서 그러까?

 

국민핵교 고학년이 되어서 합창을 하는데...

좋아했던 남자애가  "야!  노래도 못하면서 왜? 고래고래 소릴지르냐?"

아......  슬픈노래가  방음벽에 부딪히는 고통이여~

두줄기눈물,  두줄기콧물...  나야가라폭포마냥 흘렀었다.

 

홀로 외롭게 노래 연습을 하였건만...

이상하게  노래를 부르면...웅변이 되능거다.

강력하게 외치는 노래...아니, 굉음을 내는 처절한 웅변...

나이가 들자, 내 목소리는 갈라지기까지 했다.

고음불가와 굉음이 섞인...  광란의 외침에 불과한 나의 슬픈노래...

 

처음 회사에 입사해서 회식자리가 있었다. 

'불러바노래방' 의 불빛은 화려하게 돌아갔었다.

내가 뭘? 할 수 있었겠는가?

참신하게 웃으며 탬버린을 흔들 수 밖에...

 아......

남자사원들,  내 노래를 듣자고 난리였다.

아...  불러바노래방......  

아...  불내고 싶었던 노래방...

 

선곡은 탁월한선택처럼 여겨졌다.     (나를 잊지 말아요 --김희애)

전주가 흐르자마자 한박자 앞서서...

처절한 웅변(?)은 시작 되었다.

" 나를~ 잊지 마러요!! 나를!!  이찌 마러요~~~나 뜨난 지끄음도!!"

노래방기계가 비정상인가?  싶을만큼..

아주 굳건하게, 마이크가 뿌셔져라 움켜 잡고

고음불가의 두갈래 목소리로 끝까지 외쳐댔다.

왜 그랬을까?

성실함을 증명하려고? @@

내 노래 듣다 다들 죽어보라고?

"아아아아~~~아~~~하아악~~~  나르 이찌 마러요우~~~  하아아악~~"

 

슬프도다...  

하필 왜?  나를 잊지 말라고 외쳤으까?

나를 잊어 달라고 싹싹 빌어도 시원찮은 판에......

그때 남자사원들의 표정은 지금도 선명하다.

산개구리를 씹는 황당스런 표정들... 

웃음을 참느라 어깨 흔들며, 허벅지를 쥐어뜯던 고개숙인 남자들...

여사원들은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어디론가 황급히 뛰어 나갔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더니...  뭐가 급해서 뛰어 나갔을까?

 

그후로 나는 남자 앞에 서면 덜덜 떨게 되었다.  

멋진남자 만나서 연애해 결혼하고 싶었던 나의 소박한 꿈이여~

 

선택의 여지가 없이 선을 수도 없이 보다 지금의 남편이랑 결혼을 했다.

노래 듣는 걸 아주아주싫어 한다는게 가장 큰 매력였다.

 

그러나, 삶은 순탄치 않더라...비밀은 없더라~

나는 노랠 못 하는데...

집안의 큰행사장에서  남편이 나를 몰아 세워 버렸다.

'  나에 대해 당신이 뭘 알어??!!  ' ㅜㅠ

 

떠올리기도 싫은  '은행나무집가든.....'   

조신한 이미지가 와해 됐던 현장.

늙었어도 할매들도 여자인가? 

바지가 젖었다고 꼬짓말하며 웃다 쓰러졌다.    

아이들은 놀래서 울어대고...애엄마들은 다리를 꽈가며 몸부림을 치고...

남편은 술취한 와중에도 깊은 한숨을 내쉬곤 도망 쳤다.

'  자기만 믿고 따라 오면 행복하게 해 준다더니...도망을 가?!  ' - -::

내가 뭘 할 수 있었겠는가?

우아하게 웃을 수 밖에......

 

 

아......   

 노래교실을 차려보까? 

망하겠지?

 

나라경제를 위해 책을 써보까?

   ' 노래 나처럼 부르면, 기저귀 판매 급증한다!! '  뭐...이런책?

 

아......

노래 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