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해야겠다 1
나는 생리 기간만 되면 인격이 변한다. 언제나 같은 레퍼토리들이 머릿속을 채우고 나는 이미 내가 아니다.
첫번째 레퍼토리는 내가 초경을 했던 26년 전으로 거슬러오른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팬티 속에 검은 얼룩이 번져 있었다. 겨우 열두 살 아이였던 나는 그것이 똥인 줄만 알았다. 그래서 남들이 내가 똥을 쌌다는 사실을 알게 될까 두려워 그 팬티를 아무도 모르게 공중 화장실에 갖다 버렸다. 하지만 나는 그 후로도 며칠 동안 계속 '똥'을 흘리고 있었는데 희한하게도 그 '똥'은 별다른 구린내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초경을 시작했음을 눈치 챈 최초의 인물은 언니였다. 중학생이었던 언니는 나의 '초경'사실을 즉각 엄마에게 고했는데, 그 순간 나에게 단 몇 초간 머물던 엄마의 싸늘한 시선에서 나는 내가 나쁜 짓을 하다 들킨 것처럼 느껴져 몹시 초라해지고 서글퍼지는 것이었다. 언니가 건네 준 생리대를 어색하게 기저귀 차듯 두르고 가슴 속에 바위덩어리가 짓누르는 듯 갑갑한 마음을 엉거주춤 끌어안고 그렇게 초경을 치뤄냈다.
엄마는 내게 단 한 마디도 해 주지 않았다. 나는 그 즈음에야 알았다. 엄마가 언니를 대하는 방식과 나를 대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언니는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생리를 시작했다. 우연히 부엌에서 언니와 엄마의 은밀한 대화를 듣게 된 적이 있었다. 그 때는 그 은밀한 대화가 생리에 대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고 들었는데, 내가 초경을 하고 나서야 나는 그 대화가 언니의 생리 때문이었음을 자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똑같이 생리를 시작한 큰딸과 둘째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은 확연히 달랐다. 초경을 시작한 언니를 바라보았던 엄마의 표정은 뭔가 대견한 일을 해낸 딸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조금은 붉게 상기된 듯한 얼굴이었다. 나의 이런 기억이 내가 망상 속에서 끄집어낸 거짓된 기억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나를 바라보던 그 거부할 수 없는 싸늘한 눈빛과 언니를 바라보던 대견스런 그 눈빛은 너무나 대조적으로 나의 뇌리 속에 각인되어 있다.
그 때 엄마가 따뜻한 말 단 한마디만이라도 내게 해 주었다면 26년 전 시작되어 지금까지 지독하게도 규칙적인 생리 기간마다 찾아오는 깊은 슬픔 때문에 이 아픈 글을 쓰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