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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멀리 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BY 이뿌니 2008-06-23

 

다들 잘 살고 계시나요.

부부간에 말이에요.

 

 

정말 사는게 시들하네요.

흔히들 연예인들이나 일반인 모두가 이혼을 하면 하는 말중에 가장 많은 것이

성격차이라고 하데요.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를 대더라고요.

 

 

가장하기 쉬운 말이어서 일까요.

아니면 그것만큼 중요한 이유는 없을 것 같아서 일까요.

아무튼 다를 성격차이라 말하더군요.

 

그런데

 

그게(성격이 잘맞는 다는 것) 부부로 살아가는데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누구나 각자 제 멋대로 인생을 20년 이상씩 살다가 웬 남자 하나를 만나

맞추어 살려면 그렇게 날마다 꽃피고 새 울지는  않겠지요.

 

맑은 날 흐린 날이 반복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 맞습니다.

 

그런데..

 

 

한 20년을 살다보니 맨날 나만 참고 상대를 맞춘다는 생각을 하니 이젠 지겹네요.

남편은 남편대로 자기도 많이 참는다고 해요.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부부 사이에 대화가 사라졌어요.

서로가 더 참는다고. 더 힘들다고. 주장을 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서서히 말이 없어지고 서로를 외면하고 한 집에 있어도 각자 자기 방에 있고.

 밥상 차려주고 남편이 다 먹으면 다른 거 하는 척 하다가

그제서야 식탁에 가 혼자 밥을 먹습니다.

 

밥을 먹는 다는 것은 즐거운 일인데 싫은 사람과 마주 앉아 밥을 먹기는 참말로 고역이거든요.

이렇게 사는 거 꽤 여러 날 되었습니다.

 

 

살면서 때때로 냉전도 하고 일주일 이상 말도 안하고..또 슬며시 화해아닌 화해하고

그렇게 잊고 또 살아지고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남편과 정말 많이 멀어졌습니다.

나도 그렇고 남편도 그렇고 상대에게 별로 말할 가치를 못느껴요.

 

말하기 싫어요.

부부사이 말고도 사람과 사람사이에 호감이 없으면 일단 말부터 안하게 되잖아요.

 

조영남 노래 중에 '지금'이라는게 있습니다.

 

지금 지금 우린 그 옛날의 우리가 아닌 것

분명 내가 알고 있는 만큼 너도 알아

단지 지금 우리는 달라졌다고

먼저 말할 자신이 없을 뿐

..

조영남의  이 노랫말이 절절히 와 닿네요.

사실 남편과 이혼이라는 것은 생각할 수 없어요.

아직 성장하는 아이들도 있고,

 

또...

내 능력이 세상의 풍파를 이기고 나갈 수 있을 만큼 대단하지도 않고

그렇할 만한 용기도, 오기도 없어요.

 

다만

막연히 남편이 싫습니다. 좀 떨어져서 조용히 지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요.

 

남편은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가정적인 사람이에요.

언제나 퇴근 후 일찍 집에오고

 

집에 오면 박봉일 망정 맞벌이를 해 주는 아내를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집안 일을 해 줍니다.

20년 동안 크게 변함없이 늘 같은 모습으로 그렇게 사는 사람입니다.

 

좋은 사람 같죠?

남편은 많이. 무지 많이 알뜰한 사람이에요.

 

나와는 삶의 가치관이 다르죠.

나는 열심히 일하고 놀때는 즐겁게 놀기도 해야하는 사람입니다.

여가생활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죠.

인생은 즐겁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편은 돈이 많이 든다거나 정확하게 계산된 일이 아니면 안하죠.

세상살이의 가치가 다른 사람들이 그래도

부부가 되었고 자식 낳고 살게 되니 맞추어야만 집안이 편하데요.

세상이 변했다해도 아직은 여자가 남자를 맞추게 되는 일이 더, 더, 더 많더라고요.

그렇지 않으면 집안이 시끄러운데 어쩝니까.

 

이제 좀 지치네요.

좋은 사람은 서로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나란히 한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했던가요.

그런건 네게 소원한 일이 된거 같네요.

 

굳이 밝히자면 우리 부부는 서로 각방을 쓴지가 오 년도 넘은 것 같아요.

각방을 써도 부부관계가 그렇게까지 멀었던거 같지는 않은데 점점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남남이 되어가더라고요.

 

남편을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요.

너무 멀리 가면 되돌아오기 힘드는데..

 

다들 행복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