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여동생 산후조리 도와주러 병원에 갔다가 오후 2시쯤 남편과 법원엘 갔습니다.
협의이혼은 절차도 간단하고 참 뭐랄까 사람들이 이용하기에 편리하더라구요. ㅠㅠ
신청서랑 이것저것 써서 제출하고 뒤돌아 나오는데 마음에 찬바람이 휑하니 불대요.
빚 독촉 들어오기전에 위장이혼이라도 해야 한다고 해서 어쩔수 없이 하기는 하는건데 그래도 이혼은 이혼인가 봅니다. 마음이 이리 허전한걸 보면.
주차장으로 걸어가는데 남편이 내년 3월에(숙려기간 끝나고 재판날짜가 3월24일) 당신 진짜로 이혼하겠다고 나 끌고 오는거 아니겠지 하네요.
제가 당신이 보기에 3개월이 짧은거 같겠지만 무슨 일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거다. 내가 당신을 법정으로 끌고 갈지 아니면 당신이 나를 법정으로 끌고갈지 누가 알겠냐고 하니 대답이 없더군요.
이유야 어떻든 이혼을 하자고 하면 남편이 안된다고 어떡해해서든 돈 받아오겠다고 할줄 알았던 제가 참 싫어집니다.
4년을 같이 살았는데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는 정말 어려운 일인거 같아요.
빚 얘기 하는거 남편이 너무 싫어해서 거의 안하고 지내왔는데 어제는 이혼신청도 한데다 시어머니까지 다 알게돼서 정말 오랫만에 애들 재워놓고 다시 한번 얘기를 했습니다.
꿀먹은 벙어리처럼 또 말이 없길래 제발 뭐라고 말 좀 해보라고, 답답해 죽겠다고 하니 어금니를 악물면서 패악을 떠네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라고 하는거냐구요.
아직까지 저한테 미안하다는 말조차 안했는데 그렇게 할말이 없으면 미안하다고라도 하든지..
만약에 내가 하니 이제 그 만약에 라는 말 지긋지긋하다고 그만 좀 하라고 소리를 지르길래 조 위에 썼던 얘기를 했습니다. 만약에 내가 빚을 졌는데 당신이 이혼하자고 했으면 나는 그 상대방 쫓아가서 남편이 이혼하자고 한다고 빨리 돈 갚아달라고 울고불고 매달리고 그랬을거라고 근데 당신은 오히려 나한테 화내고 있다고 하니 또 묵묵부답입니다.
정말 듣기 싫었나봅니다.
저는 딴에 기분 안상하게 말한다고 소리도 안지르고 화도 안내고 조근조근 조그맣게 말했는데...
이불을 뒤집어 쓰고는 옆으로 돌아눕더니 나머지 귀를 손으로 막아버리더라구요.
막내동생은 왜 내버려 뒀냐고, 나가 죽으라고 하지 가만히 있었다고 저한테 화를 내네요.ㅠㅠ
그렇겠지요. 잘못했다고해서 언제까지 죽어지낼수는 없을테지요. 사람 마음이 다 그렇겠지요.
다 내마음이 중요한거지 자기로 인해 상대방이 죽든지 말든지 무슨 상관이겠어요.
그래서 저도 이제 상관 안하고 살렵니다.
아이들하고 내년 여름휴가에 제주도 갈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돌아오는 구정에 가게 될거 같아요.
시댁에 안가고 친정에 남아있으면 작은아버지들이며 보기 민망할뿐더러 혹시 최진실씨처럼 할까 무서워 밤잠도 못자면서 딸 지키는 내 가여운 엄마때문에 자리를 비워야 할거 같네요.
생전 그렇게 다정하신 분이 아니신데 요즘엔 조금만 늦어도 불안하신지 친정엄마가 전화를 하십니다.
참 이보다 큰 불효가 있을까 싶습니다.
울 신랑 빚은 나날이 늘어가는 중입니다.^^ 카드 대출도 천만원이 다라고 몇번이나 말하더니 며칠전에 사백이 더 있다고 하는거 보니 다른데서도 더 나올지 않을까 싶어요.
퇴근하고 집에가서 아이들 저녁 밥 먹이고 남은거 있으면 저도 그걸로 때우고 말긴 하지만 남편이 밥을 먹었는지 이제 묻지 않습니다.
일부러 그러는게 아니라 내가 밥을 먹고 있으면서도 그 옆에 남편이 서 있는데도 밥 먹었냐고 묻지 않게 돼버렸습니다.
사랑이 마음먹은대로 되는게 아니였던거처럼 무관심도 그렇게 찾아오는건가 봅니다.
그저께도 보건소 가서 혈압을 재보니 177/99 가 나왔습니다. 약 먹어도 워낙 스트레스가 커서 그런지 조절이 잘 안됩니다.
이러다 잘못되면 우리 아가들 어떻게 하나, 누가 키우나 숨이 막힙니다.
저 잘할수 있을거라고 위로 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