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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비명


BY 미수다 2008-12-20

그저 엄마가 뭐라해도 네,네 하던 아이였어요.

뼈빠지게 대학가르쳐 졸업시키고

큰기대 없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결혼적령기가 경계선을 웃돌고

사뭇걱정이 되지만 맘대로 어찌 할 수도 없는거고

뭐..잘 되겠거니 하며 둥실한 맘으로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는 모녀랍니다.

 

그런데 어제밤..

카펫위를 걷던 딸아이가 갑자기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겁니다.

악! 왜 이딴게 바닥에 있는거야! 재수가 없을래니까.

이 좁아터진 집구석에서 왜 하필이면 압정이 있는거야

그때가 열두시가 훨씬 지났는데

그 아이는 악을 있는대로 쓰는거였어요.

나는 이 사태를 어찌할꼬 굳어진 채로 멀뚱히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지 뭐예요.

참담한 심정이었어요.

물론 압정이 발바닥에 꽂혔으니 놀라고 무척 아팠을거예요.

하지만 필요 이상의 광분은 무슨 의미인지

엄마인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 겁니다.

 

물론 모아놓은 재산이 없어 늘 좁아터진 전세집 전전하며

아이 고생시킨거 인정은 합니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살아가야 하는 환경에 맞게끔

뒤지지 않게 웬만한건 다 시켰고

나름 최선을 다한 성실한 엄마였거늘

울 딸은 도대체 뭐가 부족하여 이리 분노하는지

엄마에게 그동안 누적된 불만이 도대체 무얼까

밤잠을 설쳐가며 생각해야만 했습니다.

 

다음날

아이에게 국을 떠주면서 "엄마와 같이 살기 싫으면 엄마가 보증금 떼어줄께

나가서 자유롭게 살으렴" 했더니 "누가 그런대?"

여전히 아이의 주위엔 찬바람이 쌩쌩 돕니다.

"그래 엄마가  이나이 먹도록 모아놓은 돈도 없고

이제 곧 늙은이가 될텐데 의지 할 데라곤 너 밖에 없는데

부담이 되겠지.  우리 따로 살면서 생각해 보자"

딸아이는 일을 나가면서 입을 더 굳게 다물어 버립니다.

 

자식이 크면 출가를 왜 시키는지 이 나이가 되니

자연스럽게 알거 같아요.

이제 딸아이는 옛날의 청순한 어린애가 아닙니다.

어미의 모순이 보이고 세상의 슬픔이 보이고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상실감과 박탈감마져

제어할 수 없는 걸림돌이 되기에

그리도 거칠어져 가나봅니다.

 

문득 가엾다가도 눈물이 나도록 섭섭합니다.

"내가 절 어떻게 키웠는데?"가 아니라

그 아이가 나의 유일한 세상과의 소통의 이유였는데

이제 웬지 그 소통의 이유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에 모든 힘이 죄다 빠져나가버립니다.

 

하루종일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느라

눈이 따끔거려 잠시 침대에 누워있는데

문자가 울리네요.

"엄니 미안하고 내가 맘은 안그런데 걍 요즘에

신경쓸일이 많아서 그러네.잘되고 싶고 해서..엄마 미안~"

 

"그려~ 엄니가 성급했다. 일 잘하고 조심혀서 오그라"

 

모녀의 분쟁은 이틀을 못 넘기고 종료되네요.

 

이러한 일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있을것인지...

 

한없이 이쁘기만한 울 딸.....

이제 진정한 평화협정만이 앞으로 살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