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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좀 이상해지는것 같습니다.


BY 멍해진사람 2009-11-29

전 30대초반의 3년차 주부입니다.

결혼을 하면서 나름들 많은 변화를 겪지만.. 지방으로 멀리 내려오면서 직장도 그만두었습니다.

그렇게 지낸 3년동안..나름 버거운것들이 쌓이고 쌓이다 이젠 견디기 힘드네요.

남편은 결혼하고 한동안도 아니 지금도 결혼에 관해서 이조시대같은 개념을 가지고 있었던가봅니다.

결혼하고 왜 처가에 가야하나? 왜 신경을 써야하나?

많이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노력도해보고 화도 내보고 달래도봤습니다.서운한걸 말도 해봤습니다.

좋아졌지요.. 5점짜리가 15점 짜리가 됐으니까요..

저에게는 큰며느리 노릇을 바랍니다.  네.. 큰며느리고 첫며느리니 시어른께 잘해야지요.

큰딸이다보니 자라며 부모님께 배운데로 나름 열심히 노력해서 나름 칭찬도 더러 받는답니다.

그런데요.. 너무 반대적인 상황이되다보니...가슴에 쌓이는 응어리가 자꾸 커지네요.

바라는것은 너무 많으면서 결혼을해서 처가가 생기면 처에게는 부모형제인데..

그부분에 소홀하고 뒷전으로 너무 밀려나면 제가 상처받고 힘들꺼라는 생각을 이제서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지쳐서 이미 아무런 의지가 없는데요..

두서가 없습니다. 이해바랄께요.  제 머릿속이 콩.보리.쌀..찹쌀..조..나눠뒀던 그릇을 누가 탁 엎어둔것 같습니다.

콩을 찾아야는데...한나절을 걸리는 모양처럼..

나름 배울만큼 배우고 부모님께 사랑받고 자랐습니다.

다 커서 그렇게 큰 두 사람이 결혼을 했는데.. 여자는 여자이기 때문에..

친구도 멀리해야하고 종교도 바꿔야하며, 친정에는 보내주면 감사해야하고 한번 가준 남편에게 절하며 살아야하나요?

며느리는 집안 식구?여서 이것 저것 일하며 때마다 일마다 크게 쉬는 날마다 시댁가는게 당연하고..

사위는 백년 손님이셔서 장모님 무거운거 드셔도 멀뚱멀뚱 쳐다보시다가 엄마 들어드려~그러면 아 그럴까?해도

당당하게 들어들여잖아해도 되는건가요?

차라리 맞는 매가 덜 아프다는 생각이 가끔듭니다. 저희 시부모님께서는 제게 참 잘해주십니다.

너무 잘해주셔서 가끔 좀 서운하게해주시지..그래서 나 이렇게 어머니 아들때문에 매일 울면서 잠못잔다고 말할텐데..

할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물론 시부모님으로 인해 상처받을때도 있지만 그건 훨씬 덜 아프더라구요.

남편이 워낙 마음을 아프게하니..그저 허허웃죠. 그러다 남편이 거들면 피눈물이 나지만요.

정신적으로 결혼해서 분리되지 못한 남편이 저보러는 정신적으로 친정은 남이다 수준으로 하고 살라니..

그게 당연하다 생각하고 살았다니..남자들이 그런건가요? 아님 저희 남편만 남의 다리 긁는걸까요?

한참을 설명하다보면 딴짓하고 못알아 듣고 못알아듣는척도 하는 이 사람이..절보러 사랑한다고 울고짜면..

정말 어이가 확 없습니다.  이 사람의 사랑이 가끔 무섭기도 합니다.

내가 나를 버리고 자기가 필요할때만 짠하고 해결해주는 사람이되면 아마..아무런 소음없이 조용하고 행복하다고 하겠죠.. 하지만 자신이 없어요.  전 사람이지 집지키는 강아지가 아니거든요.

그런데 3년동안 제가 이렇게 변한줄 몰랐습니다.  가랑비에 옷이젖어가듯..제 팔다리가 다 잘려나간듯하고..

머리속이 엉망징창이 된것같아요.  어떤것도 해결이 안되고 어떤것도 사그러들지도 지워지지도 않아요.

결정도 못하겠습니다.  우울증..말로만 듣던 그것같기도하구요.

3년 지난 지금 제게 남은건 우울증과 제 소유의 빈 통장과 며느리로써의 책임감의 무게와 남편에 대한 서운함과 분노.

친정부모님의 오지마라~오지마라~말씀(제가 갈때마다 쉽지 않다는걸 아신 모양입니다.) 사위 눈치보시는 모습들..

저를 안쓰러워하는 동생의 눈빛. 그리고 외로움과 불면증, 그리고 이젠 제 일에 돌아갈수 없을것 같단 불안감. 내 친구들이 정말 아직도 내 친구일까하는 통화를 하면서도 너무 오래 얼굴을 못본것에 대한 불안함..들인거 같아요.

멀쩡한 한 인간으로 태어나서 왜 내 부모형제 내 친구들을 만나는것에 눈치보게 되었는지..

제가 너무 싫습니다.  아무런 애착도 없고 아무런 의지도 없고..나날이 허무와 허무입니다.

하~하고 한숨을 쉬어도 목구멍까지 차인 그 먹먹함이 저를 짖누르네요.

친정뿐이 아닐테지만...원래 결혼이란것이 이런것인가요?

저보다 훨 오래 사신 많은 분들께 조언을 바랍니다.

제가 좀 이상해진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