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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애비 닮아서...


BY 민들레 2010-01-20

 

  지 애비 닮아서...

 

  나는 엄마를 닮지 못했다고 엄마가 나에게 자주 각인시켜 주었었다. 엄마 마음에 들지 않는 말과 행동을 내가 할 때면 엄마는 늘 ‘지 애비 닮아서...’ 이러면서 나를 닦아세우곤 했었다.

그럴 때 나는 생각하곤 했었다. 아빠 자식이 아빠를 닮았는데 그게 뭐가 문제란 말인가...엄마는 내가 아빠를 닮았다는 사실이 못마땅한 모양인데... 아마도 엄마는 아빠를 무척이나 싫어하는가 보다... 엄마의 모습이 전부 좋아 보이지만은 않은데 무조건 엄마를 쏙 빼닮았어야 한단 말인가...

그 많은 자식들 중에 가장 엄마를 닮지 않아서였던가, 내가 미운 오리 새끼가 된 것이...

아니, 아니다...

난 단언코 말할 수 있다. 나는 엄마의 숙명까지 빼다 박았기 때문에 엄마는 나를 못견뎌했던 것일 게다. 형제들 중에 그 누구도 나만큼 엄마와 아빠의 숙명을 닮아 태어난 자는 없다. 그 숙명을 철저히 외면하고 거부해온 결과, 그것은 고스란히 나에게로 오고 말았다.

하지만 나 또한 그 분들처럼 우습게 그것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적어도 나의 분신에게 그 외로움의 터널을 홀로 지나게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엄마가 나에게 했던 것처럼 그렇게 무책임하게 방치하진 않을 것이다.

나는...

온 몸으로 내 분신을 지켜내고 내가 다 안고 갈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

그런 면에서 우리 부모와 나와의 괴리감은 지구와 안드로메다와의 거리와 같다고나 할까.

전생을 기억한다는 것은 분명, 형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