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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서방은 그여자와 속초에 갔답니다


BY 벙어리삼룡이 2011-10-09

목요일에 출근한 서방은 아직도 퇴근을 안하고 있어요.

카드쓴걸 보니까 금요일 새벽에 일식집, 금요일 저녁에 속초횟집

출근은 당연히 안했겠지요.

 

2주전부터 이상하다 생각했어요.

지난주 술한잔하고 1시쯤 집에 들어온 서방한테 바로 전화가 울렸어요.

"어.. 집에 왔다.. 그래.."

여자 특유의 억양이 들리면서 촉이 오더라구요.

 

핸드폰을 보니 스팸차단전화목록에 이성현-

남자이름이라 술집웨이터려니 그냥 넘기려고 했어요.

애써 믿고싶었는지도 모르죠.

 

그러면서 새벽에 들어오고 하루이틀 외박이 생기더니

지난 금요일엔 회식이라며 전화기도 꺼놓은채 내내 연락이 안되다가

이틀만에 집에 왔습니다.

연휴라며 들뜬 애들은 나들이라도 기대했지만, 애비라는 사람

오랜만에 본 애들한테 짜증만 내더군요.

 

혹시나하는 마음에 넘겨짚어봤더니 "그냥 좀 놔둬라.." 인정하는거였어요.

손발이 벌벌 떨려서 어느 누구한테 툭 터놓고 말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았습니다.

회사일도 뒷전이고 총맞은것처럼 무슨 정신으로 살았는지 모릅니다.

 

확신은 없었지만 스팸 이름에 문자를 보내봤습니다.

원나잇이면 조용히 정리하고 계속 만날거면 애들까지 책임지라고 했더니,

'몰랐다.. 죄송하다.. 문자안받은 걸로 하겠다..' 답이 오더군요.

기본은 된 사람인가 알아들었나 싶어서 상심이 됐다면 미안하다고까지

했었는데 서방이 전화왔어요.

전화기 뒤져서 그렇게까지 해야됐냐며 두둔하더군요.

바람난거 인정하니까 빨리 정리하자고 오히려 큰소리네요.

 

그러다 결국 속초로 간지 이틀째입니다.

어제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돈도없는 놈 뭐보고 여자가 붙냐며 당연히

믿지않으시더라구요.

전화번호를 드리고 통화버튼을 눌렀습니다.

서방은 전원이 꺼진 상태였고 그 여자는 내내 미수신

 

미친놈 미친년 지랄하는거라며 애써 위로해주셨지만

오죽 못났으면 제 서방 하나 간수못하고 밖으로 나돌게 만드냐는

무언의 질책도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어머니께 전화가 왔답니다.

집전화로 본인걸로 문자에 음성에 그여자한테 연락을 해보셨나봐요.

서방이 연락와서는 배터리가 없었다며, 내일 올라가면 얘기하겠다고..

그러면서 그여자 전화받게 만들려고 밤새 이전화 저전화로 내가 벌인일

아니냐며 따지고 들더랍니다.

과연 무슨 작당을 하고 올라올까요..

 

15년 결혼생활 허송세월한거같아 후회스럽구요.

눈한번 질끈감고 죽어버리자 칼갖다놓고 망설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이 무슨 죈가싶어 마음을 추스립니다.

사춘기 아들래미 눈치챌까봐 친구집에 자러간다길래 보내줬어요.

 

욕을 내지를 기력도 없습니다.

일주일만에 저녁을 먹는데 미친년놈들 지랄에 굶긴 왜굶냐며

어머니 하시는 말씀에 울컥했습니다.

 

애저녁에 때려쳐야하는게 맞겠지만, 용기가 나지않습니다.

마트에 갔는데 아빠랑 같이 나온 식구들을 부러워하는 딸애의 얼굴을

봤습니다.

더 바보같은건, 사나흘을 꼬질거리는 단벌 양복바람으로 다닐 그사람이

너무 보고싶다는겁니다.

 

난 진짜 병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