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 맘 알아?"
엄마와 나 사이에는 장벽이 있습니다. 그 장벽은 '돈'이라고 불리웁니다. 엄마의 따뜻한 품에도 안기고 싶고 엄마의 눈을 마주보고 내 얘기도 하고 싶지만 엄마는 돈을 지키느라 나를 보지 못합니다. 엄마는 나보다 돈이 더 좋은가봅니다. 돈의 장벽이 무너지면 엄마가 나를 볼 수있을까요? 나는 돈의 장벽이 무너지는 꿈을 꾸곤합니다. 언젠가 이 돈이 다없어지면 그 땐 엄마가 나를 보실까하고요.
나이가 서른 살이라고 엄마는 내가 어른인 줄 알지만 나는 아직 어린아이입니다. 엄마는 나의 존재를 인정하신 적도 없고 나의 가능성을 믿어주신 적도 없습니다. 나도 자라고 싶었지만 엄마의 거울이 없으니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내가 느끼는 것에 반응을 받아보지도 못해서 자신감도 키우지 못했습니다. 엄마는 돈으로 나를 키우려 하셨지만 돈은 나를 키우기는 커녕 돈은 엄마를 대신하는 방해꾼이었습니다. 엄마는 돈을 주면 모든 것을 다 주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습니다.나는 돈이 아니라 엄마의 관심과 믿음과 인정과 사랑과 엄마의 거울이 필요했습니다. 나는 아직 자라지 못한 어린아이입니다.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린아이입니다. 나는 엄마의 사랑이 너무 고파 아직 자라지 못한 어린아이입니다. 그런데 엄마는 돈을 지키느라 나를 버리시려 합니다.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하지만 내 안의 나는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엄마가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엄마에게도 말못할 상처가 있으십니다. 엄마도 사랑받지 못하고 자라셨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사랑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받아보지 못한 사람을 사랑하기 어렵다는 걸 이해합니다. 그래서 엄마를 이해해보려고도 하지만 그러기엔 제가 아직 너무 어립니다. 엄마는 먼저 엄마를 사랑하는 경험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엄마에게 이런 방법을 권하고싶습니다. "나 아무개는 좋은 엄마다." "아무개 당신은 좋은 엄마입니다." "아무개는 좋은 엄마다." 이렇게 종이에 적어보세요. 아무개에 실명을 적으시고요. 그리고 거울을 보면서 조용히 소리내어 진심으로 읽어보세요. 이 글을 읽으면서 "그래 내가 더 이상 어떻게 해!" 이런 생각이 떠오르실 거예요. 엄마, 그러시면 계속 해서 매일 잠들기 전에 그리고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속으로 말해보세요. 그리고 이 글을 읽으면서 슬픔이 차오를 때까지 계속 해주세요.
그리고 나서 제가 보이시면 그 땐 저를 보아주세요. 그리고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제가 말을 잘 못하고 거짓말을 하고 비열하게 보이더라도 '나는 좋은 엄마다' 생각하시면서 참고 기다려주세요. 제가 못난 짓을 한 것은 엄마의 관심을 받고 싶어서였어요. 저도 아주 바보는 아니랍니다. 제 나름대로 살아가는 요령이 있어요. 그게 저의 장점일 수도 있어요. 남들에겐 이상하고 바보같고 비열해보여도 엄마 눈엔 비상하고 지혜롭고 요령있는 자식으로 보이길 바래요. 엄마만 그렇게 보아주시면 난 그런 사람이 되는 거예요. 저는 돈이 많이 필요없어요. 돈이 있어봤자 지금으로선 돈을 쓰는 법을 배우지 못해 저에겐 돈이 아니라 독이 되고 있어요. 이제부터 저에게 돈을 잘 쓰는 모범을 보여주세요. 그러면 저도 따라 배울께요. 엄마, 저는 엄마의 자식이예요. 엄마의 분신이기도하고요. 저를 조금만 더 키워주세요. 독립할 수 있는 어른으로 키워주세요.
- 어쩌다 세상에나온 이런 자식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