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6개월 차 맞벌이 주부입니다. 제 손아래 동서는 저보다 두 살이 많아요. 둘 다 직장인이라 자주 마주칠 일은 없지만 동서가 제 결혼 초기부터 기선 제압을 하려고 하네요. 전달할 일이 있어도 직접 전화하는 적도 없고 제가 주최한 ‘집들이’ 같은 가족 모임도 일방적으로 빠지기 일쑤고요. 이렇게 예의 없고 막무가내인 동서, 안 보고 살 수도 없고 어떻게 하나요? 이지은(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옛날부터 “시어머니 시집살이보다 동서 시집살이가 더 무섭다”는 말이 있습니다. 시어머니는 시어머니니까 마음에 안 드는 행동과 태도도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동서는 남편의 피붙이가 아니면서 라이벌 관계에 있기 때문에 사사건건 대립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손아래 동서의 나이가 자기 나이보다 더 많으면 관계를 좋게 만들기가 대단히 어려워집니다. 심리적으로 나이 많은 동서는 손위 동서가 조금만 실수를 해도 나이 대접을 하지 않는다며 삐딱하게 볼 것이고, 나이는 적지만 서열이 위인 동서는 손아래 동서가 무심코 한 행동도 자신을 우습게 알고, 또 자신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받아들이기 쉬우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오해는 가슴에 담아두면 두 사람의 관계를 영원히 멀어지게 합니다.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로 풀어야만 좋은 관계까지는 아니더라도 무난한 사이를 유지할 수 있답니다.
문제는 이미 손위 동서와 은근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는 나이 많은 손아래 동서가 나이 어린 손위 동서가 만나자고 해도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지은 씨가 손위 동서 대접을 제대로 받으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야 합니다. 흔히 갈등 상황에서 먼저 말을 꺼내는 사람이 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먼저 말을 꺼내는 사람이 이깁니다. 먼저 말을 꺼내면 상대편이 싫건 좋건 그 말에 끌려오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지은 씨가 나이는 어려도 손위 동서이기 때문에 나이 많은 손아래 동서를 불러내 대화를 터야 합니다. 동서가 호출에 응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럴때는 직접 호출이 아닌 다른 방법을 동원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남편을 통해 동생 내외를 초대하도록 한 다음 남편 형제들에게 당당하게 “동서끼리 할 말이 있다”고 말한 다음 자리를 옮겨 대화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어려우면 시어머니를 통해 이지은 씨 부부와 동생 내외를 부르게 한 다음 역시 “동서끼리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따로 불러내 대화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화를 할 때는 조금도 어색해하지 말고 당당하게 “내가 동서보다 나이가 어려서 나한테 윗사람 대접하기가 힘들 것이다”라고 나이 많은 손아래 동서의 생각을 말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방에게 자기 내면을 들키면 당황합니다. 아마 동서는 나이 어린 손위 동서로부터 이런 말을 들으면 겉으로는 태연한 척해도 속으로는 당황할 것입니다. 이때를 놓치지 말고 “그렇지만 엄연히 이 집안의 규칙이 있으니 싫더라도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면 나도 손아래지만 나이 대접을 해주겠다”라고 당당하게 말해야 기선을 제압할 수 있습니다. 이때 괜히 “전에 내가 불렀는데 왜 안 왔느니 어쩌느니” 하며 과거를 물고 늘어지면 관계 개선은 포기해야 합니다. 손아래 동서의 반발심만 키워 대화가 더욱 어긋나게 될 것이며 다시 대화 트기도 대단히 힘이 듭니다. 대화를 튼 다음에는 여러 가지 긴 이야기를 변명하듯 늘어놓지 말고 간략하게 “네가 나의 서열을 대접하라. 그러면 나도 나이 대접을 해주겠다”는 메시지만 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의 목소리는 낮고 안정된, 그러나 단호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렇게 했는데도 동서의 태도가 변하지 않으면 시어머니에게 아주 이성적인 말투로 진지하게 위계질서를 바로잡아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시어머니를 동원해야 하는 이유는 동서에게 ‘내가 한 말을 네가 우습게 여기면 나는 외부 세력을 이용해서라도 이것을 바로잡겠다’는 강한 의지 표명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때 주의할 일이 있습니다. 이지은 씨 자신도 동서 사이에서 서열만 따지면서 나이 대접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것이죠. 그 사람이 못마땅하면 얼굴이나 말투에서 드러나기 쉬운데, 싫더라도 나이 대접을 해주며 의사를 전달할 때도 반말을 섞는 건(친해지기 전까지) 피하고 ‘하게’체를 써가며 공손하게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솔직히 요즘처럼 남녀평등을 부르짖는 세상에 남편 때문에 생긴 서열에 의해 나이 대접을 못 받는 것을 좋아할 여자는 없기 때문입니다. 저희 동서는 너무 싹싹하고 귀여운 20대입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나니 애교의 정도가 지나쳐서 눈에 거슬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똑같이 일하는 맞벌이인데도 “어머니, 저 아직 일이 너무 서툴잖아요”하면서 늦게 와서는 애교 떨며 일도 안 하고, 또 시어머니는 그게 귀여워서 넘어가시며 제게 맡기신답니다. 집안일로 돈을 걷을 때도 “형님네는 돈 많이 버시잖아요. 저희 정말 여윳돈이 없어요. 못 도와드려서 어떡하죠, 형님?” 할 정도죠.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너무 열 받습니다. 제가 뭐라고 한마디하면 순진한 얼굴로 눈물 작전을 쓴답니다. 시어머님 역시 “그애는 어리고 또 여리잖니, 네가 너무 다그치지 마라”며 동서 편을 듭니다. 요즘에는 동서의 웃는 얼굴만 보면 정말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강지영(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듯 동서의 그런 태도가 얄밉기는 하겠지만 어른들에게는 잘 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타고난 천성은 쉽게 바뀌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동서의 태도 변화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 대신 동서의 태도 때문에 시어머니에게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전략을 짜야 합니다. 그렇다고 강지영 씨가 갑자기 시어머니에게 눈물을 보이고 애교를 떨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시어머니에게 일의 분담을 명확하게 해달라고 말을 슬쩍 꺼내어보십시오. “어머님, 저도 이제 동서 봤으니까 동서가 힘들어해도 설거지는 동서에게 맡겨주세요. 저도 신혼 때 설거지가 너무 싫었지만 다 참고 했습니다”라고 분명하게 말씀 드려야 합니다. 만약 동서가 늦게 와도 자기가 맡은 일을 대신 해주지 말고 반드시 동서가 처리하도록 남겨두세요. 시어머니가 대신 하시려고 하면 “그러려면 제 것도 해주세요”라고 주장해야 합니다. 시어머니는 분명히 “네가 어른이니, 네가 참아라”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그럴 때 그냥 우물쭈물하며 넘어가지 말고 “어머니도 어른이시지만 참을 수 없는 일이 있으시지요? 동서가 어리광 부리고 귀엽게 구는 것은 봐줄 수 있지만 그 핑계로 자기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저도 그 대신 일할 수 없습니다. 저는 제 몫만 하겠습니다”라고 분명하게 말씀 드려야 합니다. 시어머니가 야단을 쳐도 한 번 그렇게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면 겉으로는 섭섭해 하셔도 속으로는 은근히 깜짝 놀라며 큰며느리 의견을 접수하게 됩니다.
돈 문제도 동서 듣는 데서 “저희도 이번엔 여유가 없어서 동서네가 못 내는 것을 대신 내드릴 수 없게 되었네요. 동서가 안 됐으면 어머니가 부족한 대로 견디셔야겠어요”라고 분명하게 말해야 합니다. 시어머니가 노발대발하시며 “그래 너희들이나 잘 먹고 잘살아라” 하며 막말을 하셔도 한 번 꺼낸 말은 주워담지 말고 “저희 신혼 때와 같이 공평하게 대해주시지 않으니 저도 억울합니다”라고 말해 동서에게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을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시댁이 아닌 친정 가족 간에도 인간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분쟁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 분쟁은 노동, 시간, 돈 등이 불공평하게 부과될 때 일어납니다. 어머니 또는 시어머니는 여러 형제 중 가장 약한 사람 편을 들고 편애해서 분쟁을 더욱 강화시키기도 합니다. 성인이 되면 친어머니도 자기 밥그릇을 챙겨주시지 못합니다. 더더구나 시집에서는 자기 밥그릇 자기가 못 챙기면 항상 손해보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강지영 씨는 시어머니가 화내는 것을 너무 두려워해 동서의 눈물과 웃음을 앞세운 직무 유기를 방치하면 늘 손해를 보며 화를 키울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