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고향 초등학교 대전분회의 동창회가 있었다.
그간 총무가 바빴던 나머지 연락을 잘 안 취하여 지지부진했던 모임이었다.
한데 어젠 모처럼 100% 모임이 이뤄져 다들 미간이 밝았다.
무더운 여름이고 하니 몸보신 차원에서 장어구이를
잘 하는 집에서 만났는데 술이 거나하게 들어가자 다들 그렇게 입이 분주해 졌다.
2차론 노래방까지 갔음 싶었으나 다들 바쁘다고 하여 그건 무위로 그치고 말았다.
하는 수 없어 택시를 잡아타고 귀가했으나 술이 부족하였는지라
집에 있던 소주를 한 병 더 ‘까고야’ 비로소 잠이 들 수 있었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불자답게 당연히 사찰에 가서 아기 부처님께 목욕(관불의식)도 시켜드려야 되는 날이다.
어제도 과음을 하긴 했지만 태생이 부지런한
때문으로 오늘 역시 오전 5시도 안 되어 눈을 떴다.
아침을 대충 한 술 뜨고 물을 데워 머리까지 감았다.
“절은 10시에 간다며 벌써부터 치장이여?”
마누라의 지청구가 이어졌다.
“어차피 닦고 감아야 할 것이라서 미리 한 거여.”
“술은 깬 겨?”
“그럼~ 그 술 먹고 빌빌거릴 거면 술을 아예 먹지 말아야지!”
“하여간 당신은 술 마시는 대회에 나가면 일등 할 껴!”
“.......! (^^;)”
그러곤 잠시 침대에 누워 TV에 눈을 박고 있는데 마누라의 책망(責望)은 계속됐다.
“오늘은 요하고 이불도 죄 빨아야겄어, 왜냐면 술주정뱅이인 당신의 술 냄새와 더불어...”
만날 그렇게 잠을 잘 적이면 습관적으로 팬티마저 죄 벗고 자는 터여서
방귀냄새까지 배였다는.(참고로 나는 배에 압박을 느끼면 소화까지
안 되는 불쾌감으로 말미암아 오래 전부터 이렇게 잔다)
그쯤에서 나 또한 한 마디 안 할 수 없었다.
“사돈 남 말 하네.
당신은 코를 드렁드렁 골면서 아울러 방귀는 안 꾸는 줄 알아?”
늘 술에 절고 방귀까지 북북 뀌어대는 신랑이지만
아무튼 30년 가까이 안 달아나고 잘 살아주고 있는
내 마누라는 의외로 훌륭하다는 느낌 자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