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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예술의 길은 멀고도 험해요!


BY norway 2000-10-25

통통감자님,
언제나 고마운 마음으로 글을 읽고 있습니다.
나날이 일취월장하는 실력!
(지가 문자 좀 썼습니다요)
부럽습니다.

출판기념회 때, 만나기로 해요.
맘씨 착하신 남편분도 뵐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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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감자님의 글입니다

오늘도 형주는 예술에 열중이다.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멀리 떨어져 보기도 하고, ...
가끔 외계인 말로 뭔가를 웅얼거린다.

수북히 쌓여있는 하얀 도화지에 여기저기 조금씩 형주의 흔적이 남아있다.
어찌 우리 아들의 천재적인 작품을 이해 못할까 마는, 작품성에 앞서 그 아까운 도화지가 나를 더 안타깝게 했다.

> 형주야!
여기도 좀 칠해봐.
여기는 깨끗하잖아. 응?

> 아~ 아까까까~ 따다따~ ??**$$

내 손을 치우며 신경질을 부린다.
예술하는 사람은 예민하다 그랬던가?
울 아들이 천재성이 있긴 있나보다.
아무리 고쳐 생각해도 도화지가 아깝다.

조금만 딴 짓하고 있으면 살며시 새 종이와 헌 종이를 바꿔놓는다.
하지만 여지없이 아이의 손에 의해 헌 종이는 던져지고 만다.

1년에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종이의 총 생산량은 약 500만톤.
이는 8m 높이의 통나무를 8,000 만 그루이상을 베어내는 것과 같다.
아이고! 안돼지.
다시 한 번 형주가 안본사이에 이번엔 종이를 겹쳐 놓는다.

이번엔 속았다.
새 종인 줄 알고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
착한 내 아들~. 기특한 내 아들~ (모지란 내 아들~)
그래도 여백이 너무 많다.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종이 한 봉지를 아낀다면 6만 4천 그루의 나무를 살릴수 있다고 한다.
나무를 사랑해야지...

이번엔 새로운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수채화 물감을 물에 옅게 풀었다.
그리고 손도장 찍기에 들어간다.
아빠의 낡은 반팔속옷을 껴입히고 다쓴 종이 위에 손도장을 찍는다.

까르륵 까르륵 ...
너무나 즐거워하는 형주를 보며, 엄마도 즐겁다.
아이가 좋아해서 즐겁고, 도화지를 다시 써서 즐겁다.
아빠의 헌옷은 재활용된다.
다음번 예술활동에 또 사용될 것이다.

40여 분이 지났는데 거의 집안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하지만,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히고 대충 걸레질을 하면서 은근히 콧노래가 나왔다.
이 종이는 다시 말려서 재활용 될 것이다.
폐지로 만든 종이는 나무로 만들어 질때보다 에너지 소비가 적다고 한다.
목재에서 종이의 원료를 추출하는 과정이 생략되어서 일 것이다.
때문에 가공때 발생되는 대기오염 발생물 또한 90% 이상 줄어든다고 하니, 이 얼마나 경제적인 방법인가.

속지 않으려는 형주와 속이려는 엄마의 두뇌(?)싸움도 재미있으려니와 마지막 피날레는 우리 모자를 행복하게 했다.
가끔 물들어 지워지지 않는 옷이 속상하기도 했지만, 뭐 어떤가 울 아들은 물들인 내복을 입어도 예쁜 것을...

예술의 길은 멀고도 험난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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