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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형주와 싸우다!!


BY 통통감자 2002-04-22

앉아서 주물거리는 빨래가 여간 힘들지가 않는데, 얼룩은 아직도 그대로다. > 엄마? 힘들어? > 응! 힘들어!! > 왜 힘들어? > 얼룩이 지워지지 않아서!! 끙!! > 왜 안지워지는데? > 형주가 옷을 더럽혀서 그렇잖아!! > 왜 더럽혔어? > (톤이 높아진다) 형주가 차에 있는 먼지를 옷으로 닦았잖아!! > 왜 닦았는데? > 그걸 니가 알지 내가 아냐?? 세제 넣고 삶기 까지 했는데 이번엔 먼지 묻은 소매가 누래졌다. 이그!! 언니가 선물한 옷인데, 몇 번 입히지도 않았는데, .. 넉넉해서 내년까지 충분히 입을 수 있는 옷인데,.. 아깝고 속상해서 이젠 화가 났다. 하지만 '스트레스 없이 아이를 키우자'고 다짐한 나인데 이런 사소한 일에 화를 낼 순 없지...끙.. > 형주야~ 차에 있는 먼지는 아주 멀리서 날라온 먼지인데 거기에 아주 작고 나쁜 벌레들이 살고 있거든. 그러니까 그걸 만지면 기침도 나고 목도 아프고 그래요. 그러니까 안되는거야. 알았지? > (끄덕끄덕) 엄마가 벌레 잡느라고 힘들었어? > 그래그래 형주가 먼지를 만지면 엄마가 벌레 잡아야 하니까... 갑자기 형주가 어디로 사라졌다. 속으로 어린 마음에 엄마에게 미안했나보구나 생각했는데, 갑자기 내 앞에 던져진 옷보따리와 PET병 한 개! > 엄마~ 여기도 벌레 있어. 벌레 잡아줘. 세상에!! 점퍼 아래로 감춰졌던 숨겨진 바지 엉덩이가 시꺼먼 먼지로 뒤덮여 있다. 게다가 여름에 메뚜기 잡았던 PET병까지... 나도 모르게 날아간 알 밤 한 대! 엄마가 잡아주는 벌레로 재미있는 놀이를 기대했던 형주는 영문도 모르고 얻어 맞아 서럽게 울고 ... 예전엔 흙바닦에서 뒹글어도 잘만 지워졌는데, 요즈음의 황사먼지는 왜이리 안지워 지는걸까? 월요일 저녁 화장실에서 형주와 난 이렇게 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