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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내의 복개천을 찾아 탐방을


BY 김귀순 2002-10-16

부산외국어대학 교수
아시아환경정의연구원장
김 귀 순

난 8월 26일부터 9월4일 191개국에서 온 세계 정상들이 모인 가운데 지속가능발전 세계 정상회의가 사우스아프리카의 요하네스버그의 신도시 샌턴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다. 지금까지 지구환경 위기를 구하기 위해 10 년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로에서 전 지구인이 지켜야할 의제 21의 실천사항을 점검하고 앞으로 이행할 행동계획을 모색하는 국제회의로서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여기서 합의된 핵심 공약 중 2015년까지 안전한 식수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절반으로 줄이고 2015년까지 기본적인 위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항목을 보면서 물 문제가 정말 심각한 환경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을 재확인하였다. 공기의 악화는 기술의 발전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물은 한 번 오염되면 정화하기가 어렵고 막대한 비용이 들므로 이번 유엔 회의에서도 앞으로 10년 동안 WEHAB 이슈라고 하여 물/위생, 에너지, 보건, 농업, 종다양성/에코시스템에 집중하여 전세계가 실행해 줄 것을 유엔 사무총장이 강조하였다.

지금까지 우리는 물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왔다. 수돗물을 마냥 틀어놓고 빨래를 하고 샤워기는 틀어 놓고 잠글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물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기 때문에 물의 소중함을 잊고 있었다. 그러나 인도나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흔히 후진국)에는 물을 길러 먼거리를 오고 가는 아낙네와 소녀들이 있음을 볼 때 물은 또 다른 환경평등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하수처리율이 낮아 정화되지 않은 오염수가 그대로 소하천으로 방류되는 바람에 하천 주변의 악취는 사라지지 않고 있는 지역이 많을 뿐만 아니라 이 하천이 바다로 흘러가 그대로 연안오염의 주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농어촌은 하수처리시설은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수세식 화장실의 증가 및 축산 폐수의 무단방류로 하천 수질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음은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국내적으로는 물을 더 이상 썩게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에 복개된 수로의 원상회복이 큰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 사업에 대한 시민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시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지하 하수로 탐방을 시민들에게 권장하고 있다. 수로의 원상회복과 아울러 하수처리율을 100% 로 만들어 일체 무단방류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 또한 중요하다. 폭우시 위생 정화조물이 하수도로 넘어 들어가서 하천 오염이 심해진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잘못 생각했던 지난날을 되돌이켜 보면, 필자도 10년전 환경에 대해 아무런 의식이 없었던 시절, 우리가 살던 아파트 인근의 소하천의 물이 하도 더러워서 모기 서식처에다 악취의 온상인 이 소하천이 하루 빨리 복개되기를 바란 적이 있다. 이 소하천은 그 당시 주민들의 소망대로 복개되어 처음에는 아파트 주민농원으로 활용되다가 지금은 모 대학이 그곳에다 나무를 심어 가꾸어 겉으로 보면 상당히 좋은 경관을 꾸며 놓았지만 그 밑의 물은 어떠한 상태인지 관심도 가지는 이가 없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이제 이런 복개천을 찾아 그 밑의 하천 생태계가 어떠한 모습인지를 살펴보고 이러한 복개천의 원형을 복원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 보자. 하천이 하수도가 되어 물이 썩어 있으면 이는 우리의 생명의 안전까지 위협하게 된다.

이러한 기본 수로의 원상회복은 이제 도시계획의 새로운 어젠더로 자리잡을 정도로 물에 대한 관심이 높다.하천 복원이 될 경우 여기에 흐르는 물은 어디서 끌어올까 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되었는데, 운하 시설 등 여러 가지 방법이 가능하겠지만, 빗물을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을 아파트나 주택 단지내에 시설하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청계천 복원과 아울러 청계천 인근 도심의 재개발을 통해 개발 단지내의 우수저장시설 설치 및 녹지율 증대를 통한 새로운 서울의 디자인을 창출해 보자.

그렇게 할 경우 현재 서울시장의 복안대로 3년 안에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주변의 도심 재개발과 청계천 복원을 단계적으로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하나의 치적으로 생각하여 임기 내에 하려고 한다면 졸속으로 인한 또 다른 폐해가 올 수 있음을 깊이 생각하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