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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발자국을 최소화하는 설악산 개발


BY 김 귀 순 2002-11-18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아시아 환경정의연구원 원장
김 귀 순
http://www.aieej.org
 
  난 9월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세계정상회의는 지금까지 개발과 환경보전에 대한 국가의제의 실천이 세계화 등 정치환경의 변화로 잘 진척되지 않고 있음을 공감하여 앞으로 5 개 분야인 물/위생, 농업, 종다양성/에코시스템, 건강, 에너지 분야에 집중하여 목표치와 목표시기를 정하여 전세계가 이를 이행을 하기로 합의하였다.
 

종다양성/에코시스템 보전은 우리나라도 지금까지 지방의제 21 사무국과 관계당국에서 많은 노력을 해 온 결과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지만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다. 명지 대교 문제라든가 새만금 문제 등 이러한 대형 사업을 두고 보전론자와 개발론자의 대립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종다양성/에코시스템에 대한 개발과 보전의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난 현안중의 하나는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이며 한라산에서도 이와 유사한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환경단체의 주장은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게 되면 공사시작으로 인한 장비이동과 정지작업으로 인한 환경피해가 커지게 되고 등산때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올라와서 훼손하게 되면 환경영향으로 인한 생태계 소실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설악산 개발당국인 강원도 양양군의 입장은 설악산을 그대로 둘 경우 등산로를 중심으로 각종 쓰레기와 산사태로 환경 파괴가 계속 점증되므로 설악산의 경관과 생태를 온전하게 보전하는 방법은 4개 등산로를 막고 일본과 유럽처럼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본다.
 
환경단체나 양양군이나 환경보호를 위한 근본적인 비젼은 같지만 그 메카니즘은 상당히 다르다. 이러한 공통된 비젼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메카니즘이 다를 때 우리가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생긴다. 이에 대한 해답은 간단하다. 생태적 발자국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공사시의 여러 문제는 공사기간에만 발생한다. 그러나 등산로를 그대로 둘 경우 설악산 같은 명산의 경우 등산객들의 생태발자국은 계속 늘어나게 되어 생태계 훼손을 가속화시킬 우려가 있다.
 
양양군의 주장에 보완할 것이 있다면 케이블카로 이동한 많은 인구가 무분별하게 이동하지 않도록 조망가능지역을 펜스를 둘러 한정시키고 공사시 생긴 훼손지역은 다시 나무를 심어 복원한다면 생태발자국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남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은 100여년 전부터 테이블 마운틴 정상까지 전신주없는 케이블카를 연결하여 생태적 발자국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고 있다. 등산객들은 지극히 산을 사랑하는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오르기 때문에 정해진 트레일을 벗어나는 일이 없고 쓰레기를 버리거나 취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 보전이 아주 잘 되고 있다.
 
따라서 등산로 산행시 등산객들이 버리는 쓰레기 및 담배꽁초로 인한 산불 예방, 인간 오물, 취사로 인한 오염 등으로 인한 생태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자동차로 산을 올라가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매연으로 인한 오염도 방지할 수 있다. 이것은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노약자와 어린이의 평등한 한라산 조망을 자동차로 해결할 수 있지 않으냐 하는 주장에 대한 반증이 될 수 있다. 어느 것이 진정으로 생태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며 하루에 입산하는 사람들의 평균적 생태발자국을 계산하면 선택에 대한 정답은 다행히도 빨리 나오게 되어 있다.
 

  요하네스버그회의에서 UNEP은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하기 위해 각 도시의 사정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을 장려하면서 지속가능한 도시 및 지방행동21을 위한 멜버른 수칙을 발표하였는데, 그 10 개의 수칙 중 하나가 생태발자국을 지역사회가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한 점은 앞으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