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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정치 발전 원년에 바라는 기대


BY 김귀순 2004-02-02

여성 정치 발전 원년에 바라는 기대:

- 여성의 힘이 한국을 변화시키고 세계를 변화시킨다!

여성의 시대, 지방의 시대인 21세기 첫 총선을 맞이하여 여성참여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한편, ‘역시나’로 귀착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초강대국 미국에서는 1979년 유엔에서 체택되어 세계 174개국이 비준한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에 따른 국내법 제정이 미국 상원에서 20년 동안 잠을 자고 있음에 분노한 미국의 한 여성 단체가 최근 부시행정부의 지구적 여성 이슈 해결에 대한 성적표를 공개하였다. 이 중 이라크 전쟁 등 국제적 이슈는 부시행정부에게 F를 주었으며 국내적 이슈로서 여성의 정치참여에 대한 선언적 성과면에서는 부시행정부에게 A를 주고, 실제적 성과면에서는 D를 준 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로 후진국의 환경, 경제, 사회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제적 해결과제로 내세운 유엔의 새천년 발전목표 중에는 여성의 정치 참여를 높이기 위한 항목이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 회원국이지만 여성 국회의원 의석수를 보면 새천년 발전목표의 해당국인 여성정치참여 후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여성단체도 미국의 부시 대통령의 여성정치 참여성과에 대해 평가한 것처럼 참여 정부의 여성 정치참여의 선언적 성과와 실제적 성과를 이번 총선을 계기로 평가해 봄직하다.

각 당이 당헌, 당규에 모두 지역구 30%, 비례대표 50% 공천 규정을 명시한다하더라도 실제적으로 이것이 선관위 후보등록이 안 되도록 하는 강제규정이 되지 않으면 여성 정치 참여 목표는 달성되기 어렵다.

범국민 여성정치참여 네트워크가 주로 여성정치참여에 대한 정책문제를 다루고 맑은 정치 여성 네트워크가 여성후보 102인을 발굴하여 국회의원 후보 명단을 발표한 것은 우리의 여성운동이 매우 전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공천추천 인사가 중앙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과 소수의 지역 여성이어서 실제 지방의 풀뿌리 여성을 위해 정책을 입안하고 있는 지역여성활동가와 전문가의 수는 매우 적거나 배제되어 있음을 볼 때 여성운동의 지방화, 분권화의 실현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서울 지역 여성이 무려 57명이나 차지하고 있음은 지역구 의석수의 비율을 보았을 때 지역과의 균형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공천 심사에 앞서 지역에서 지역구에 출마하거나 비례 대표 신청을 내기를 희망하고 있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심사하여 추천하였다면 좀더 지역주민들의 관심을 끌고 또 지역의 실제 당 공천시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현재 비례 대표나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여성 중에서 선정하려고 하였을 경우의 문제점으로서 지역구나 비례대표직에 의정활동이나 행정면에서 현직 경험이 있는 사람이 우대되는 것은 바람직하나 이것은 2선 이상 다선의 경우이고 부임한지 1-2년 안 된 초선의 경우 어렵게 당선된 현직을 버리고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는 것은 의정활동이나 행정 경험을 활용한다는 차원에서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지역 공약 사업에 대한 주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행정상의 공백을 주는 등 부작용이 크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여성의 정치 참여 비율이 낮은 우리나라에서 현직에 있는 여성이 다시 출마할 경우 다른 여성들의 의정 참여 기회마저 가로막을 뿐 아니라 여성 의석으로 들어간 의원이 자리를 버렸을 경우 그 자리에 다시 여성이 당선되는 경우를 보장할 수 없으므로 전체적으로 여성정치 참여비율을 떨어뜨리는 것이 될 것이다.

여성이 국회로 가는 것은 여성의 이해를 대변하고 여성문제에 대한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기 위해서이다. 지금까지 비례대표 당선은 여성의 경우 주로 중앙에서 활동하여 지명도가 높은 여성이어서 지역 여성에 대한 배려가 적었다. 여성 문제가 지역의 문화나 특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중앙에 활동하는 여성 위주로 공천을 할 경우 지역 실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여성의 대중적 이해를 대변하기 어렵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정당의 추천을 받아야 당선되지만 당선된 의원은 정당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고 국가를 위해 일하도록 하여야 하므로 당 충성도, 당 기여도만을 위주로 공천하였을 경우 경륜을 가진 전문가가 당선되기 어려우므로 이들에 대한 각 당의 배려가 필요하다. 현 정당명부식 투표 제도하에서는 당지지도 투표에서 비례대표를 보고 찍는 경우가 많으므로 지역민들에게 봉사한 지역 전문가나 활동가가 비례대표로 공천받을 수 있도록 하고 현재의 비례대표 의석수를 두 배로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여성 정치참여를 높이기 위해 각 정당이 비례 대표 전의석인 46석을 여성으로 공천하는 혁명적 사고도 필요하다.

지역구 공천이 당선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여성전용구내지 여성특구 또는 남녀가 경합할 경우 여성 무경선 등 공천 배려를 통해 여성정치 참여 목표를 달성하도록 각 당이 지혜를 짜 모아야 될 때라고 본다. 또한 여성단일 후보에 의한 무경선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여성후보끼리 경합시 후보 설득을 위한 개입 내지 조정이 필요하다.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아예 여성의 자유로운 경선을 도와주는 여성전용구제의 도입도 생각해 볼 때다. 여성전용구가 역차별로서 헌법에 위배된다고 하나 남녀평등권의 헌법정신을 실현하기 위한 과도기적 차별은 진정한 의미의 헌법정신을 살리기 위한 중간과정이자 확실한 여성정치참여 비율달성을 기대할 수 있는 보루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늦어도 2010년 이후에는 UN이 권고하는 바대로 현재의 당면 최저 목표선인 30% 정치 참여를 넘어 의원 또는 기초 및 광역 행정 책임자의 50%가 여성 당선자가 되도록 노력해 보자. 그리하여 지방분권으로 지방이 잘 살고, 여성의 정치참여로 국가경쟁력 증가와 국정이 바로 서게 되는 여성정치참여 중장기 목표를 여성정치 원년에 세우도록 하자. 지금 ‘여성의 힘이 한국을 변화시키고 세계를 변화시킨다!’는 함성이 우리들 가까이서 점점 크게 들려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