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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겨울축제’ 추위도 잊은 강원도


BY 경돌이 2010-12-10

“雪레는 겨울, 강원도로 오세요.”

9일 강원 화천군 화천읍 중앙로 선등(仙燈)거리. 영하의 추위에도 이른 아침부터 두꺼운 점퍼차림으로 나타난 장석범씨(53)는 목청을 높이며 거리에 내걸린 산천어 모양의 등을 일일이 살피고 있었다.

“등이 삐뚤어졌어요. 줄을 조금 더 올리세요.”
지난 밤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아 종종 걸음을 치며 분주히 움직이던 그의 얼굴엔 이내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산천어 축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추진하는 선등거리 점등식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다 보니 눈코뜰새 없이 바빠요. 중앙로와 마을 곳곳에 오색 찬란한 2만4000여개의 산천어 등을 달아야 하거든요.”

아시아 3대 겨울축제로 자리잡은 ‘화천 산천어축제’를 총괄하는 나라축제조직위의 본부장직을 맡고 있는 장씨는 요즘 파김치가 되기 일쑤다. 한 달 전부터 매일 야근에 주말과 휴일도 반납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다. 축제 준비에 몸은 지쳤지만 마음속으론 대박 재현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010년 산천어축제’가 열린 화천군 화천천의 얼음낚시터를 찾은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산천어축제엔 하루 평균 5만6000여명이 찾아 북새통을 이룬다. | 화천군 제공

◇ “겨울축제 하나로 1년 먹고 살아요” = 화천군은 지난 1월9일부터 31일까지 개최했던 ‘산천어 축제’를 통해 133만명의 관광객을 유치, 460억원이 넘는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 인구 2만4000여명의 화천군이 이색적인 겨울축제 하나로 주민 수의 55배가 넘는 관광객을 불러들인 셈이다. 언뜻 봐도 놀라운 성적표다.

전국 각지의 자치단체들이 화천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산천어축제의 부대행사에 참여한 사창리 등 7개 마을 주민들은 “우리에겐 동장군이 그야말로 효자”라면서 “축제 덕분에 매년 겨울 2억~3억원대의 농외소득을 올리니 1월이 하루빨리 다가오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자랑한다.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겨울축제장과 동해안 해맞이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은 모두 443만명에 달한다. 태백산 눈축제 45만명, 인제 빙어축제 41만명, 평창 송어축제 33만명 등이다.

이는 지난 1년간 강원도내 축제장을 찾은 670만명의 66%를 차지한다. 겨울 축제를 통한 지역 경제창출 효과도 2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화천, 태백 등지에서는 “겨울 축제 때문에 막혔던 돈맥이 움직인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원도내 자치단체들은 가족단위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축제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화천군은 내년 1월8일부터 30일까지 23일간 화천천 일대에서 ‘2011 얼음나라 산천어축제’를 개최한다. 이번에는 산천어 얼음낚시와 눈·얼음썰매, 봅슬레이, 얼음기차 등 기존에 운영하던 40여개 프로그램에다 지프라인(Zip-line)체험을 추가했다. 봅슬레이 타워에서 축제 종합안내센터까지 200m의 거리를 줄을 타고 날아가는 지프라인으로 흥미를 배가시킨다는 전략이다.

평창군은 진부면 오대천 일원에서 개최하는 ‘평창 송어축제’(12월23일~내년 2월6일)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놓았다. 얼음낚시, 송어 맨손잡기뿐 아니라 스노래프팅, 봅슬레이, 얼음카트 등의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제18회 태백산눈축제’(내년 1월21일~30일)를 준비 중인 태백시는 눈조각 전시뿐 아니라 대표 프로그램인 눈싸움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태백시는 지난 1월 축제 당시 5387명이 참가한 눈싸움 대회를 열어 기네스북에 오른 바 있다.

지난 1월 태백산눈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눈조각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화천군·태백시 제공


◇ 이방인의 마음도 사로잡은 겨울축제 = 이같이 특색있는 겨울축제가 연이어 열리면서 강원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급증하고 있다. 이미 사전 예약 등을 통해 1만9000여명의 동남아 관광객이 몰려왔다. 이들은 인제 빙어축제, 화천 산천어축제, 평창송어축제, 태백눈꽃축제 등 4개 겨울축제장을 방문했다. 이번 겨울 동안 4만3000여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강원도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화천 산천어축제장엔 46개국 주한대사와 가족들이 찾기도 했다. 최갑열 강원도 관광 마케팅사업 본부장은 “이번 겨울시즌 강원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사상 최대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출처]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12092204435&code=95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