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성인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된 원인은 대부분 잦은 술자리, 운동 부족 등이지만 드물게는 간 질환 때문에 생길 수도 있다. 한의학에서도 간 질환이 만성 피로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여러 원인 가운데 하나로 여길 뿐이지, 만성 피로를 곧 간 질환으로 연결하지 않는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비롯해 바이러스 감염, 음주, 흡연, 편식, 약의 오남용, 수면 및 운동 부족도 만성 피로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만성 피로 및 간 질환에 대한 한의학적인 치료 및 예방법을 경기도한의사회에서 추천한 자문위원들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만성 피로엔 무조건 영양제나 보약?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사람들 가운데 각종 비타민 등 영양제를 찾거나 보약을 지어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적절한 진단 없이 무조건 이런 약들을 찾아서는 곤란하다고 한의사들은 지적한다. 우선 촉진을 해보면 기혈허약의 정도, 피로가 허리, 다리를 거쳐 등, 어깨, 뒷목 등 어디까지 왔는지, 피로를 일으킨 장기는 어디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피로는 간뿐만이 아니라 심·비·폐·신 등 다른 장기에 질병이 생겨도 나타날 수 있으며, 기혈이 허약하거나 근육에 담음이나 어혈 등 노폐물이 쌓여도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원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단순히 기혈허약만을 보해주는 보약만으로는 만성 피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신 한의사가 직접 만져보는 등 체계적인 진단을 한 뒤에 각각의 원인에 맞는 해결책으로 약이나 침 등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 잘 쉬고 가볍게 운동해야
만성 피로는 우리 몸이 쉴 때가 됐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경쟁 탓에 스트레스를 받은 몸과 마음을 쉬게 해줘야 한의학적인 치료도 반응을 잘한다. 생활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방법들이 몇 가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목욕 요법이다. 피곤할 때 목욕을 하면 피로가 풀리는 원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반신욕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기혈순환을 도와주기 때문에 권장된다. 음식 가운데는 감식초 등 식초가 위장에서 오는 만성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된다. 경혈을 지압하거나 마사지를 받는 것도 몸의 기혈 순환을 돕는다.
이밖에 긍정적인 사고 자체가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필수적이며, 술이나 담배를 피하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등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지방이 지나치게 많은 육류는 적게 먹도록 하고, 인공 감미료 등이 많이 들어간 라면 등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또 매일 햇빛을 쬐며 30~50분 정도 걷기 등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도 권장된다.
■ 민간요법에만 매달리지 말아야
바이러스에 의한 간염에 걸렸을 때에도 초기에 우리 몸이 이를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면역력을 높이는 생활을 해야 한다. 평소 건강한 사람들은 스스로의 기운이 바이러스의 번식을 막아 간염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저절로 낫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만성 간염으로 남게 되는데, 이때에도 면역력을 높이는 생활을 하고 치료를 받는다면 더 심한 질병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만성 피로가 있거나 만성 간염이 있는 환자들이 이른바 ‘비방’이나 민간요법에 매달리다가 오히려 간 기능이 더욱 나빠지고 심하면 아예 간이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허깨나무, 쑥, 돌미나리, 신선초, 다슬기(민물고동), 한약재가 섞인 붕어즙, 스콸렌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식품이나 물질들도 잘 쓰면 도움이 되지만,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히 쓸 때만’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간이 각종 영양분을 비롯해 화학물질을 분해하는 기능을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간염 등으로 시달리는 간에 이런 식품 등이 더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미 간 질환을 앓고 있다면 어떤 식품이나 약이든 복용 전에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