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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션] 코로나가 바꿔 놓은 설명절


BY 사교계여우 2022-01-30

(살아 있으면 된 거다)
상쾌한 아침 맞고 계신지요? 설 연휴가 시작됩니다. 코로나 상황이 3년째 이어지니 명절 때 가족 모임이 아직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마음 편히 만나는 상황이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4년전 메모를 보니, 마음이 피폐해져 몹시 힘들던 상황에서 간신히 끌적거린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 때의 나나 지금의 나나 같은 사람인데, 그땐 뭐가 그리 힘들고 지금은 어떻게 이리 홀가분하게 느끼며 살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장영희 교수의 "뼈만 추리면 산다"는 글 생각이 납니다. 아이가 다쳤다고 어쩔 줄 몰라하는 자식들에게 호들갑 떨지 말라며 그 어머니가 해 줬다는 말이라나요. 인간의 회복력을 믿는 강인한 처방의 말씀 아닌가 싶어요. 맞죠, 살아 있으면 뭐든 가능합니다. 호들갑 떨 것 없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고, 연휴 잘 맞으시기 바랍니다.

  1. 최현숙 낭송, 정호승 시, 개에게 인생을 이야기하다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시인 중 제게 단연 으뜸은 정호승 시인입니다. '오늘도 포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 말고 무엇을 이루려고 뛰어가지 마라 아무도 미워하지 않게 되기를 바라지 말고 가끔 저녁에 술이나 한잔해라', 이 한 구절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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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으면 된 거다(2018. 1. 28)
어느 인생도 다 대하소설 이상 분량만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지. 외견상 밋밋해 보일 내 인생도 마찬가지다.
바닥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깊고 어두운 바닥에도 닿아봤다. 그 때도 살아 남았듯이, 이번 바닥도 딛고 올라서 살아 남으리.
끙. 힘들긴 한데. 힘을 좀 빼야겠다. 좀 잘 못된들 어떠리.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 일들에 여유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해. 가끔은 심각한 자세 대신 아님 말고 그럼 어때 정신도 필요하고. Relax, relax!
그래, 정했다. 살아 있으면 된 거다. 살아 있으니 된 거다.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소소한 덤이다.
여기서 사랑하는 시 한 수 다시 읽어본다.

개에게 인생을 이야기하다
정호승
젊을 때는 산을 바라보고 나이가 들면 사막을 바라보라
더 이상 슬픈 눈으로 과거를 바라보지 말고
과거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웃으면서 걸어가라
인생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오늘을 어머니를 땅에 묻은 날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첫아기에게 첫젖을 물린 날이라고 생각하라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분노하지 말고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아침밥을 준비하라
어떤 이의 운명 앞에서는 신도 어안이 벙벙해질 때가 있다
내가 마시지 않으면 안되는 잔이 있으면 내가 마셔라

꽃의 향기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듯
바람이 나와 함께 잠들지 않는다고 해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일에 감사하는 일일 뿐
내가 누구의 손을 잡기 위해서는 내 손이 빈손이 되어야 한다
오늘도 포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 말고 무엇을 이루려고 뛰어가지 마라
아무도 미워하지 않게 되기를 바라지 말고 가끔 저녁에 술이나 한잔해라
산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산을 내려와야 하고
사막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먼저 깊은 우물이 되어야 한다
- 정호승 시집 '포옹'(창비, 2007년) 중에서
* 살다보면 인생이 다 끝난 것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다. 어제 있었던 일을 생각하기만 하면 눈물을 참을 수 없는 날이 있다. 어머니를 땅에 묻고 통곡하던 날이 있고,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분노하는 날이 있다. 하느님이 계신다면 어떻게 이런 가혹한 운명을 주시느냐고 원망의 말이 쏟아져 나오는 날이 있다.
그럴 때 위로가 되는 시, 우리 마음을 다독이며 위안을 주는 시가 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정호승 시인은 그런 우리 마음을 아주 잘 헤아리고 한 편의 좋은 시를 우리에게 건네준다. 시인은 "인생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우리에게 말한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분노하지 말고 /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아침밥을 준비하라"고 말한다. 하필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없다. 세상일은 어떤 일이든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게 인생이다. 늘 그렇게 생각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절망의 날이 와도 절망의 다른 얼굴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오늘을 어머니를 땅에 묻은 날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 첫아기에게 첫젖을 물린 날이라고 생각하라"는 말이 그것이다. 오늘 속에 오늘의 다른 얼굴이 있는 것이다.
"젊을 때는 산을 바라보고 나이가 들면 사막을 바라보라"고 한다. 젊을 때는 산을 바라보아야 하지만 "산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산을 내려와야 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산도 보고 산의 폐허인 사막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인생을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
* 시 뒷 부분 해설은 어느 비평가의 글일 텐데, 누구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