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 내리는 날 /원성스님
눈이 내립니다.
동 튼 산하에 하얀 융단을 드리우고
콧날 시큰거리는 냉한 기운을 머금은 어여쁜 눈꽃이
고목 잔가지 올라앉은 모습이 손님을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간밤에 달 언저리에 실낱 같은 달무리지더니
별이 흐르는 서남쪽으로 냉기가 불어치더니
오늘은 꿈결 같은 눈이 나는 반깁니다.
눈이 옵니다.
가슴 버려맞이하려 하여도
손 닿으면 닿자마자 사라져 버리는
따스한 어머니 속삭임 같은 애틋한 눈이 내립니다.
이런 날이면 빈 마음에 앙금이 맺힐 듯
무어라 이름도 없는 것이 와서는 눈가에 머뭅니다.
분명 눈이 녹아 버렸기 때문일 거야
얼른 두 눈을 훔쳐 버립니다.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이면
내 볼 위에는 눈보다 더 서글픈 아련함이 녹아 내립니다.
지상으로 떨어지는 하얀 눈발이 천상을 그리워하듯
깊은 산 속 홀로 하늘을 쳐다보는 심정이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눈이 내리는 날 /용혜원
한겨울 예고도 없이
눈이 내리는 날이면
사람들의 마음은
그 순간부터 더 행복해집니다
하늘을 바라보고 얼굴들이 환해지고
어디로 가고 싶은지 발걸음 빨라지고
거리에 울려 퍼지는 음악도
더 빠른 리듬을 탑니다
웬지 신나고 멋진 일들이 생길 것만 같고
그리운 사람들을 만날 것만 같고
뚜렷한 이유도 없이
나돌아다니고 싶어집니다
한잔의 커피를 마시며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싶고
사이가 좋지 않던 사람도 만나면
오해도 풀리고 반갑게 악수를 해줄 것만 같습니다
거리에서 우연히 눈이 마주친 사람들도
웃음을 지어 보입니다
눈이 내리는 날이면
사람들은 행복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