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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션] 기적이 일어난다면


BY 사교계여우 2020-04-29

당신은 기적이 있다고 믿는가?
기적은 기적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만 일어난다는 말이 있다.
기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믿음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기적을 바라지 않고 필요하지 않는 삶이라면 어쩌면 신이 있다고 믿지 않을 테니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적은 일어나고 있다.
기적의 사전적 의미를 조금만 넓혀도 매일 우리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
불치의 병이 갑자기 낫거나 죽었다고 생각한 사람이 살아나는 것만 기적이 아니다.
당신이 별일없이 오늘 아침에 눈을 뜨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것도 기적이다.
너무나 당연해서 잊어버리기 쉬운 오늘이라는 은총을 우리는 아무런 댓가도 없이 누리고 있다.
이것이 기적 아닌가?

책을 쓰신 모리오 수녀님의 경우는 물론 특별한 기적이다.
나는 아직 루르드 성지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곳에 얼마나 많은 신자들, 특히 치유를 바라는 병자들이 그곳을 방문하는지 알고 있다.
40년이 넘도록 모리오 수녀님을 괴롭힌 좌골 신경통이 어느 정도로 아픈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평생을 따라다닌 고통 중에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셨다는 수녀님.
과연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싶은 게 그동안 내 이기적인 기도에 부끄러워졌다.

사실... 나도 아픈 적이 있었다.
모리오 수녀님 같은 경우는 아니었지만 큰 수술을 6개월 사이 두 번이나 받았다.
수술만 받으면 괜찮다고 하지만 그래도 나는 내게 일어난 그 사건을 "불행"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왜 내게 그런 시련을 주시는지 하느님을 원망하고 진짜 하느님이 계시기는 하신가 의심했다.
주변에서는 더 좋은 것을 주시려고 그러신 거라고 위로했지만 전혀 힘이 되지 않았다.
받은 게 하나도 없는데, 겨우 하나 가지고 있는 건강마저 가지고 가시는가 하고 울부짖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났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주님이 그 사건을 통해 내게 무엇을 알려주시려고 하셨는지...
어리석은 관계로 한참 길을 돌고돌아 이제 겨우 조금 알아차렸다고 하는 게 맞다.

아파본 사람들은 안다.
기적이 일어날 거라는 그 실낱 같은 희망도 없으면 하루하루 버티기 힘들다는 걸.
그런데 꼭 병이 깨끗이 나아야지만 기적일까?
나도 수술을 받긴 했지만 병이 나은 거라고 말할 순 없다.
아직 나는 투병 중인 환자다.
그렇지만 나는 내게 기적이 일어났다고 믿는다.
몇년 전, 내가 아프기 전과 비교하면 현재 나는 다시 태어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런 삶을 허락하신 건 주님이 내게 주신 은총이고 기적이다.